혼자가 되는 게 두렵다면 지드를 만나라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조선일보 김규나 소설가 2020.08.12
너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지 마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하지 말고,
남도 쓸 수 있는 것이라면
글로 쓰지 마라.
초조하게 아니
참을성을 가지고 아!
모든 존재들 중에서
결코 다른 무엇으로도
대치될 수 없는
너라는 존재를 스스로 창조하라.
ㅡ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내 침대 머리맡에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놓여 있다. 잠들기 전 한두 문장을 읽다 보면 이토록 좋은 글을 쓴 작가도 완벽한 생을 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깨를 토닥인다. 이 책이 출판된 후 10년간 겨우 500부만 팔렸다는 것, 2000부도 못 되던 초판이 다 팔리기까지 거의 20년이나 걸렸다는 슬픔도 내 등을 쓰다듬는다.
1947년, 78세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를 안 건 중학생 때였다. 당시 학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세계 문학 작품을 읽도록 했는데 그의 소설 '좁은 문'과 '전원 교향곡'도 그때 만났다. 심리나 종교적 해석은 고사하고 사촌 간 사랑이나 목사의 세속적 욕망조차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열네댓 살 소녀의 감성은 소설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규나 소설가
산문집 '지상의 양식'을 읽은 건 한참 뒤였다. '너 자신만의 모습을 찾으라'는 목소리가 곳곳에 배어 있는 문장들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별처럼 멀고 눈부신 것이었다. 하지만 소설들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 했던 것이 세상이라는 사슬에 묶여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틋함, 그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삶에 대한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가 된다는 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 완전한 혼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게 두려운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맛집에서 밥을 먹고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며 타인의 공감을 바란다. 그 초조한 기다림 속에서 지드의 책을 만난다면 진실한 친구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나는 오직 남들과 다른 면 때문에 흥미를 느낄 뿐.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2/20200812000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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