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어지러운 걸
꾹
참고
구르고 또 굴렀더니
속도 희고
겉도 하얀
사람으로 태어났다
위, 아래도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최지원 1967~
「80년을 굴러 왔는데
2021년 한해를 또 굴러보자
얼마나 더 하얗게 되려나...」
天
-눈사람은 굴림으로 태어난다. 눈밭을 구르고, 굴려야 온전히 서는 눈사람. 구를 때의 어지러움을 참지 못하면 속과 겉이 하얀, 둥글둥글한 사람이 못 된다. 3, 4연에서 갑자기 눈사람이 ‘사람’으로 바뀌었다. 슬쩍, 사람 이야기로 바꿔본 것이다.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화두로 띄운 것이다.
눈사람 의미를 사람의 세상살이와 같은 위치에 놓고 읽었다. 구를 때는 세상살이, 어지러움은 그 괴로움이나 아픔, 어려움이 아닐까. 그런 걸 참아내야 올곧은 사람, 둥글게 사는 원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 해가 우리 곁을 지나갔다. 1년 동안 세상을 ‘굴렀는데’ 얼마나 얼룩 적게, 모나지 않게 둥글어졌는지? 눈사람의 한세상은 깨끗하지 않은가.
-조선일보2020.12.31-
[출처] 가슴으로 읽는 동시 <눈사람; 최지원(1967~ )>|작성자 국어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