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詩

눈사람

天上 2020. 12. 31. 07:47

 

눈사람

 

어지러운 걸

참고

구르고 또 굴렀더니

속도 희고

겉도 하얀

사람으로 태어났다

위, 아래도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최지원 1967~

 

「80년을 굴러 왔는데

2021년 한해를 또 굴러보자

얼마나 더 하얗게 되려나...」

 

-눈사람은 굴림으로 태어난다. 눈밭을 구르고, 굴려야 온전히 서는 눈사람. 구를 때의 어지러움을 참지 못하면 속과 겉이 하얀, 둥글둥글한 사람이 못 된다. 3, 4연에서 갑자기 눈사람이 ‘사람’으로 바뀌었다. 슬쩍, 사람 이야기로 바꿔본 것이다.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화두로 띄운 것이다.

눈사람 의미를 사람의 세상살이와 같은 위치에 놓고 읽었다. 구를 때는 세상살이, 어지러움은 그 괴로움이나 아픔, 어려움이 아닐까. 그런 걸 참아내야 올곧은 사람, 둥글게 사는 원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 해가 우리 곁을 지나갔다. 1년 동안 세상을 ‘굴렀는데’ 얼마나 얼룩 적게, 모나지 않게 둥글어졌는지? 눈사람의 한세상은 깨끗하지 않은가.

-조선일보2020.12.31-

[출처] 가슴으로 읽는 동시 <눈사람; 최지원(1967~ )>|작성자 국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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