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침 한 방으로 엄청난 행운을 잡은 사나이

天上 2017. 6. 22. 10:01

침 한 방으로 엄청난 행운을 잡은 사나이  

신보선의 우공침술   2017.6.21.


30대 후반의 한 남성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이 사람은 교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질 않아 10여 년 이상을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학교로 출근할 때마다 언젠가는 그만 둔다는 생각만 하다가 어느 날 기어이 다니던 학교에 사표를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앞날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기로 하고 세계일주의 여행길에 오른다. 세계의 여러 나라를 다니던 중에 남미의 칠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에게 3류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가 탑승하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한 할머니가 급체로 쓰러지는 사고로 의사를 급히 찾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기내는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교사도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지는 곳으로 눈을 고정시켰다. 몇몇 사람들이 승무원들로 에워싸인 환자가 쓰러진 곳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초등학교 교사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급체의 환자들에게는 침을 놓아주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는 세계여행길에 나서기 전에 침술을 익혔다. 여행길에서 자신의 몸이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침으로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배웠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초등학교 교사는 자기가 침으로 고쳐보겠다고 나서야 함에도 얼른 그러지 못하는 것은 과연 자기가 침으로 찔러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환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채로 시트에 앉아 엉덩이만 들썩이고 있을 뿐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는 일단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환자는 외국인 할머니로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에서 승무원들은 주무르고 의사인 듯한 사람은 입을 벌려서 약물을 투여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다. 초등학교 교사는 용기를 내어 자기가 침을 놓아 보겠다며 입을 열었다. 승무원들은 순순히 허락을 했고 그는 침으로 할머니의 여기저기에 침을 꽂았다. 침을 꽂은 후 할머니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연신 트림을 하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틱한 장면에 승무원들과 탑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초등학교 교사에게는 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 급체로 쓰러졌던 할머니는 칠레 수상의 모친이었는데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초등학교 교사를 수상의 집으로 초대를 했던 것이다. 그가 급체로 쓰러진 수상의 모친을 의사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침으로 일으켜 세운 데 관한 소식이 칠레의 VIP들 뿐만 아니라 칠레의 전역으로 퍼졌고, 초등학교 교사는 졸지에 침을 놓는 의사가 되어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칠레의 수상은 그의 의술을 높이 평가하여 국립병원을 설립하고 그에게 병원장까지 맡게 했다. 사실 초등학교 교사는 침술을 익힌 것 외에는 전통의학에서나 현대의학에서 전혀 문외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환자들에게 침을 찌르기만 하면 신기하리만큼 효과가 나타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명의가 되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초등학교 교사는 의학적인 지식을 쌓는 일에 열중했으며 한약을 조재하는 방법과 침을 더욱 더 체계적으로 익히기 위해 자주 한국을 드나들었다. 그는 특히 한방으로 암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칠레의 많은 암환자들을 살려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술로 한국의 암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다 병원을 세우기 위해 당시의 정부를 상대로 숱하게 탄원서를 보냈으나 정부로부터 일언반구의 어떤 답변도 들을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9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 자신에 관한 자서전적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을 읽었던 어떤 사람이 나에게 들려준 실화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990년 대 말에 고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국에 남아 있던 가족들을 칠레로 불러들여 그 나라 정부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보람스럽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은 침 놓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 사실은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허준이 살았던 조선시대의 왕궁에는 내의원이 있었는데 허준과 같은 시대의 사람으로서 내의원에는 침을 전문으로 하는 침구전문의 허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허임은 허준보다는 30살 정도 어렸고 왕족에게 침을 시술할 일이 있으면 허준의 감독하에 허임이 침 시술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도 몇 년 전의 <허준>이라는 드라마에서 허준이 침 시술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자주 보여지고는 했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성과는 동떨어지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허준>의 원작자가 허준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관해서 무지했거나, 아니면 순전히 드라마틱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하여 허준을 침을 놓는 인물로 가공(架空)했는지도 모른다. 흥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해 내는 데에는 침술만한 소재가 없었을 것임을 쉽게 짐자할 수 있다.


<허준>이라는 드라마에서 지금도 기억이 나는 극적인 장면이 있는데 일개 의원인 유의태(허준의 스승)와 어의인 양예수가 벌이는 침술 겨루기이다. 유의태와 양예수는 각자 닭 한 마리를 들고 닭을 죽이지 않고 닭의 몸 여기저기에 침 9개를 꽂는 겨루기를 한다. 양예수의 수하에 있는 내의원들과 기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자의 닭에게 침을 하나하나 꽂는 시합을 벌였다. 양예수의 닭은 9개의 침이 미처 꽂히기 전에 죽어버렸고 유의태의 닭은 마지막 9개의 침이 모두 꽂힌 후 땅바닥으로 던지자 아무렇지 않게 꼬꼬댁거리며 모이를 찾아 활보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허준>의 드라마에서 유의태와 양예수가 벌인 침술 겨루기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지만, 침술을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손에 땀을 쥐게 할만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큰 대침이라 하더라도 침 9개를 닭에다 찌른다고 해서 닭이 죽지는 않는다. 드라마의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 작자가 침술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설정했을 것이며 침술을 연구하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그 당시에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던 것은 허준이가 침 시술을 통해서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이 유효적절하게 연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침술은 다분히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을 통해서는 침술만큼의 극적인 반전효과를 표현해 내기가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침을 좀 놓을 줄 아는 침쟁이들 가운데는 침 한방으로 누구도 못고치는 병을 고쳐냈다는 무용담들을 드라마틱하게 늘어놓고는 한다.


침술은 급성병에는 아주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이 침 시술 현장에서 더러 드라마틱한 사건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급체로 쓰러진 환자에 대한 치료는 침술보다 더 효과적인 조치는 없다. 나는 등산 도중, 또는 해외 여행길에서,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이나 내가 자주 왔다갔다하는 약수터에서 급체와 급성의 허리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침으로 해결해 준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다만 내가 침으로 치료해 준 사람들 중에는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침술은 매번 드라마틱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들었던 침술에서의 드라마틱한 임상사례들 중에 비행기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몇 개 더 있다. 모두가 급체로 인한 사례들이었다. 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한 번 시트에 앉으면 움직이기가 쉽지가 않다. 그 상태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보통 10시간 이상을 하늘에 떠 있어야 하는데 끼니 때마다 먹는 식사는 곧잘 급체증을 유발시킨다. 음식을 먹다가 급체를 하게되면 어떤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급체로 쓰러진 환자에게는 물 한 모금도 넘기게 할 수 없으므로 비행기 안에 비상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급체는 음식물이 식도나 위에서 정체가 되어 위의 운동이 정지된 상태이다. 


위의 근육이 마비가 되면서 동일 체절의 그육과 피부도 동시에 마비가 된다. 이럴 때 침으로 적절한 곳을 자극하게 되면 마비된 근육이 풀어지는 것이다. 급체증을 침으로 자극하는 시술법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누구나가 익혀두면 비상 시에 유용한 구급술이 되는 것이다. 침이 아니더라도 바늘이나 옷핀을 이용해서 급체증 환자의 열 손가락 끝을 찔러서 피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침술의 급성병에 대한 몇 가지의 극적인 효과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못 인식이 되어 어떤 병이든 침 한방으로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만성의 위염이나 위궤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침 한 번 맞으면 치료될 것이라고 믿는 경우나 또는 만성의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침 한 번 맞으면 거뜬히 나을 것이라고 믿는 경우로서, 이들 환자들이 몇 번의 침 시술로 개선의 효과가 없으면 침술의 치료효과를 불신하며 그냥 포기해 버리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거리게 된다. 


침쟁이들 가운데 침술은 알면 알 수록 점점 더 어렵다고 말하는 까닭은 침술을 처음 익혀 급성병 환자들에게 침을 놓아보니 바로 효과가 나타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가 만성질환의 환자에게 침을 놓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데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에 의해 자신감이 위축하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에 대한 침 치료는 환자에게 침을 놓아 보아서 나타나는 반응으로 치료 가능성의 유무와 치료가 가능하다면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예측들을 할 수 있어야만이 유능한 침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침구사 제도가 없어진지 50여 년을 지나면서 침술을 제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인재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만약에 침구사 제도가 계속 유지해 왔더라면 한국의 침술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의 손가락 놀림은 아주 섬세하여 정교하고 섬세한 침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


젖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 올리는 탁월한 손가락의 섬세함으로 침술을 시술할 수 있는 민족은 한국인 밖에 없기 때문에 앞에서 이야기 했던 초등학교 교사는 억세게 운 좋은 계기들이 연이어 이어졌던 것이다. 그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억세게 운 좋은 사건은 비행기 안에서 끝나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2011,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