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한국을 떠나려고 한다

天上 2018. 5. 11. 19:33

한국을 떠나려고 한다

7년 이상 꾸준하게 이어지던 침술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발길이 작년 5월부터 뜸해지기 시작했다. 작년 7월 한달 동안은 해외에서 몇 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했었던 수강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지만, 이들을 7월달에 찾아온 정규의 수강생들로 보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으므로 7월에는 수강생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8월에 한 사람, 9월에 세 사람, 그리고 10월부터 지금까지 다녀간 수강생은 고작 다섯 명뿐이었다. 그동안 많을 때는 한달에 5~6명, 저조할 때는 2명의 수강생들이 이어져 생계를 유지하는 데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둔 후 이 정도의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큰 축복으로 여겨 왔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나 나름대로의 피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겠지만, 요즘들어 그 보상이 좀 더 길게 이어지지 않고 끝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아직 나에게는 대학을 다니는 두 딸이 있으며 작은 딸은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진학하려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4~5년 동안은 경제활동을 더 해야만 한다. 침술을 가르치는 일이 지금처럼 저조해서는 두 딸들의 뒷바라지는 커녕 생계마저 어려위지게 생겼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침술이 아닌 다른 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은 단순노동밖에 없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고 침술을 연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보통 우울한 기분이 아니다.

나에게 침술을 배운 사람이 칠레에서 침술원을 운영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종종 소식을 전해오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나의 좋지 않은 상황을 듣고서는 칠레로 올 것을 권유받고 있다. 나의 나이를 생각해서도, 그리고 칠레가 너무 먼 곳에 있기에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수강생들의 발길이 끊어진지 너무 오래 지속되다보니 칠레로의 진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지난 4월달 들어서면서부터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칠레에 있는 사람과 다시 연락한 후 잠정적으로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 전에 앞으로 다가올 6월과 7월 두달 동안의 추이를 본 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7월 말이나 8월 초에 칠레로 떠나려고 한다.  


나에게 침술을 배웠던 사람들 몇몇 사람들이 요즘의 나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많이들 걱정해준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나뿐만이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언젠가는 경기가 좋았던가? 항상 경기가 안 좋아 투덜거리며 여태까지들 살아왔는데 작년부터 왜 갑자기 이 난리들인가? 침술가르치는 일은 경기가 안 좋은 것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오히려 경기가 안 좋으면 침술 가르치는 일이 호재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침술을 잘 배우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침술을 엉터리로 가르치는 곳이 너무 많아서 이런 곳에서 침술을 배워보았자 전화위복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침술을 잘 배워 뜻밖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특히 해외에서.


나는 원래 해외로의 진출을 꿈꿔 왔으나 환갑을 넘어서자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그러들었다. 그러나 발길이 끊긴 수강생들을 무턱대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그동안 오지 않는 수강생들을 목을 빼고 기다리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막바지를 해외에서 멋지게 장식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꿈을 얻은 것 같기에 지금은 마음이 가볍다. 내 나라에서 내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겠지만 덧없이 사는 인생이라면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보람스럽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