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침술의 신경학적 원리

天上 2019. 4. 24. 16:49

침술의 신경학적 원리

신경과학은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 그리고 말초신경계가 상호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루는 학문이다. 달리 말해서,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가 서로 정보를 소통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신경과학은 주로 뇌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신경과학은 뇌과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경과학, 즉 뇌과학은 해부학적인 구조가 우주만큼이나 복잡하여 생물학적인 기능을 설명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 지난 100여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뇌의 구조나 생물학적인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밝혀진 사실보다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다.


뇌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들만큼이나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전자현미경으로도 관찰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회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세한 구조나 그 구조에 대한 기능을 규명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뇌가 이렇게 복잡한 회로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목적은 우리 인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이다.


인체는 끊임업이 움직여야 하는 동물이다. 인체가 움직일 때 의도적이고 합목적적이어야 한다. 뇌는 인체의 모든 감각기관들로부터 입력된 정보들을 처리하여 인체를 의도적이고 합목적적으로 움지이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뇌가 인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음을 형성시켜야 하고 그 마음에서 감정이나 생각이 도출되며 이런 요소들 모두가 움직임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뇌를 이루는 신경세포들에 의한 복잡한 회로가 어떻게 작용를 하여 마음을 만드는지에 대한 학문을 '인지과학'이라고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음은 심장이 만든다는 생각이 수천 년 동안 지배해 왔다. 흔히들 "마음은 가슴에서, 이성은 머리에서 비롯된다"라는 말들을 하지만, 마음도 이성도 모두 머리(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한의학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정신과적인 질환을 심장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뇌가 인체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기전들이 존재하며, 이런 것들을 규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밤낮없이 연구를 하고 있다. 뇌가 인체를 움직이기 위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들끼리 복잡하게 형성된 회로의 구조와 회로들을 이루는 집단화된 신경시스템의 구조, 그리고 이 회로들을 작동시키는 신경전달물질들의 성분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려면 엄청나게 방대한 정보와 지식들로 이루어진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동원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체를 움직이기 위해 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의외로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뇌는 흥분과 억제라는 두 가지의 신호방식으로 인체를 제어한다"


따지고 보면 뇌 안의 무수한 신경세포들에 의한 복잡한 회로는 흥분성 신경세포와 억제성 신경세포들 간의 복잡미묘하게 얽혀있는 구조이다. 이 두 가지의 신경세포들에 의한 회로의 구조가 너무 정교하고 복잡미묘해서 이런 것 하나하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뇌의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들이 어떤 메커니즘인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많이 밝혀졌는데, 우리 뇌를 대상으로 연구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달팽이나 오징어와 같은 하등 동물의 신경계를 연구함으로써 어떤 특정한 사실들을 밝혀낸 경우가 많다.


그 까닭은 우리 인간의 뇌는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미세하여 사실상 연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팽이나 오징어와 같은 신경계의 구조는 단순해서 접근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우리 인간의 신경계나 달팽이 같은 하등동물의 신경계는 기본적인 구조나 생물학적인 기능은 똑 같기 때문에 달팽이의 신경구조가 달팽의 움직임을 어떻게 제어하고 있는지를 알면 인간의 뇌에 의한 인체의 움직임에 대한 메커니즘을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뇌가 아무리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흥분과 억제의 두 가지 신호방식으로 인체의 웅직임을 의도적이고 합목적으로 통솔한다는 사실을 우선 염두에 두자. 그러나 이 말이 좀 막연하다 싶을 수도 있으니까 자동차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하겠다.


자동차의 구조가 복잡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에 비하면 너무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는 그렇게 만만치 않은 기계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는 거리 위를 움직이는 기계이다.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구조는 순전히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장치들이다. 자동차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바로 흥분과 억제 두 가지의 신호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두 가지의 방식으로 자동차는 서울 시내와 같은 복잡한 도로 위를 다른 차량들과 부딪치는 일 없이 정확하게 목적지를 향해 질주할 수 있다. 흥분의 대표적인 신호장치가 액셀레이터이며 억제의 대표적인 신호장치는 브레이크이다. 방향을 잡아주는 조향장치인 핸들 또한 흥분과 억제의 두 가지 방식의 작용으로 정확하게 도로의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뇌가 흥분과 억제라는 두 가지 신호방식으로 인체를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이해가 될 것이다.


가령, 내가 손을 움직여 글 쓰는 작업을 할 때 나의 손을 이루는 근육과 연결되어 있는 신경계는 흥분성과 억제성인데 이 둘의 신경계가 아주 복잡미묘하게 얽혀서 내가 글을 쓸 때 노트북의 자판을 정교하고 정확하게 두드릴 수 있도록 해준다. 손과 다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제어해주는 시스템이 대뇌의 선조체와 소뇌인데 이런 시스템이 흥분성 신경세포와 억제성 신경세포가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한지 이들의 작동방식에 관한 설명을 읽는 것조자 상당히 헷갈릴 정도로 그렇게 작동한다.


이 글의 제목이 <침술의 신경학적 원리>인데 제목에 관심이 쏠렸던 독자분들이 이쯤에서 그런데 본론은 뭐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침 치료를 받는 많은 환자들은 주로 통증의 고통 때문이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 때 대부분의 환자들은 침 치료를 생각한다. 왜냐하면 침을 맞으면 통증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기 때문다. 그런데 슬프게도 요즘은 침으로 통증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침쟁이들이 별로 없다는 현실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몸의 어떤 통증도 치료할 수 있는 침쟁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 사람들에 의해 우리 나라 전통 침술이 변형이 되었는데 그 결과 형편없는 침술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전통침술이 어떤 침법이었길래 통증을 치료할 수 있었을까? 옛날 침쟁이들은 침을 인체에 단순하게 찌르는 침법이 아닌 찔러서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침법이었다.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효과는 신경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하여 통증을 제거할 수 있다. 침의 기계적인 자극에 대해서 신경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바로 앞에서 설명했던 신경계의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로 설명하려고 한다.


설명은 간단하다. 허리가 아프다면 허리의 통증 부위가 손상이 되어 뇌가 일부러 그 곳으로 통증신호를 보내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뇌가 허리 부위의 손상된 곳으로 통증신호를 내려보내는 것은 그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허리의 손상된 것(이를테면 디스크의 손상)을 치료하는 주체는 백혈구들이다. 백혈구들은 인체가 움직이지 않을 때 활성화가 되기 때문에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뇌는 허리의 디스크가 손상된 부위에서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침술의 면역학적 원리>라는 제목으로 이미 블로그에 소개했다.


뇌가 허리에서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은 흥분성 신호이다. 그런데 뇌의 흥분성 신호인 통증을 멈추게 할 수 있는데 뇌로 하여금 그 반대인 억제성 신호를 유발시키게 하면 된다. 뇌가 유발시킨 통증 부위에서 침을 꽂아 기계적인 자극을 해주면 그 신호가 뇌로 전해지고 그 신호를 접한 뇌는 반대의 억제성 신호를 통증부위로 보낸다. 그럼으로써 통증이 없어지는 것이다. 중추신경인 뇌는 말초신경으로부터 보내오는 신호에 반대의 신호를 보낸다. 즉 말초신경계로부터 흥분의 신호가 전달되면 중추신경은 그 반대로 억제의 신호를 보내고, 말초로부터의 전송신호가 억제성이라면 중추신경은 흥분성 신호를 내려보내 인체를 효율적으로 제어를 하게 된다.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경혈에 침을 꽂아 어떤 질병을 다스리는 것은 막연한 침술이다. 침술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침술로 허리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통증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하며 통증 유발의 원인이 되는 손상된 부위를 백혈구들로 하여금 치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침법과 신경계에 흥분성 또는 억제성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침법을 기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추었을 때 침쟁이의 고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