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조양호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

天上 2019. 4. 9. 08:27

조양호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


오늘 아침 인터넷의 검색어 1위가 조양호였다. 조양호라는 이름이 너무나 많이 세상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터라 별다른 생각없이 클릭을 했더니 숙환으로 별세했다는 것이 아닌가. 이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 왜냐하면 그가 숙환으로 앓고 있다는 어떤 소식도 없었고 그의 나이가 아직은 죽을 나이가 아니었기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놀라운 뉴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글의 제목에서처럼 조양호의 죽음에 대해서 어떤 거창한 사회적인 이슈에 관한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스트레스와 죽음과의 연관 관계를 쓰고자 함일 뿐이다. 

조양호 회장이 지난 몇 년 동안 두 딸들과 부인의 갑질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과 논란이 언론을 통해서 끊임없이 보도되고, 온 나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조양호가 받는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을까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가족들의 갑질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대한항공의 그룹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양호 회장의 그룹 경영권에 대한 위기상황은 그를 엄청난 스트레스로 몰고 갔을 것이다. 결국 그의 죽음은 그가 받고 있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아주 쉽게 단정지을 수 있다. 


얼마 전에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폐암환자가 산으로 가서 살아남은 이야기>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에 의해서 읽혀지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업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소생할 수 없는 말기의 폐암에 걸렸으나 산으로 가서 살아남은 이야기를 쓴 것이다. 격심한 스트레스가 그 사업가를 폐암에 걸리게 한 것이고 산으로 가서 스트레스가 없는 생활을 하다보니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던 폐암환자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폐암환자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초등학교 여자 동창이 말기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산속으로 들어간 이야기도 함께 썼었다. 많은 암환자들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살아남은 이야기들을 듣고 초등학교 동창도 산속으로 들어가면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암환자들이 산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무조건적으로 살아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산속 생활을 좋아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평온함을 느끼고 정서가 안정이 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산속의 생활이 무섭고 외로운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무서움과 외로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게다가 암환자들은 산속이 병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런 사람들은 산속으로 들어가서도 산속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암환자가 산속으로 들어가서 살아날 수 있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산속으로 들어가서 평온해지고 정신적으로 안정감이 드는 것은 산속의 주변자연환경들이 그렇게 해주기 때문이다. 푸르른 숲과 졸졸 흘러내리는 도랑물, 새들의 울음소리, 맑고 청량한 공기,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내뿜는 상큼하고 향긋한 냄새들이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온갖 시름과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것이다. 심지어는 암환자들이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도 잊게 해준다. 그래서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그들을 평온하게 해주는 산속의 자연환경에 온전히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하게 해방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면역력이 활성화되어 암세포들을 빠르게 파괴하고 새로운 세포들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나의 초등학교 동창은 산속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몸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감지되면 남편을 졸라 병원으로 달려가고는 했다는 것이다. 암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산속의 자연환경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녀도 산이 좋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나 암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서 자연에게 다가설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연의 품에 온전히 몸을 던져 의지하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녀가 의지할 곳은 오로지 병원의 의사들 뿐이었던 것이다.


이미 의사들은 그녀에게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다고 말을 했음에도 그녀는 산속에서 나와 병원생활을 하다가 내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한달 전,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남편과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다른 초등학교 동창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그녀는 죽을 수밖에 없었음을 결론을 내렸다. 물론 폐암이나 췌장암 같은 경우는 살아남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그러나 죽음의 벼랑끝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기적이니 뭐니 하지만, 그들을 암으로 몰고갔던 스트레스를 제거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심각한 것임은 잘 모르는 듯하다.


다시 조양호 회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조양호 회장은 두 딸들의 갑질 논란, 그리고 그의 부인까지 갑질 논란으로 세상이 떠들석해졌을 때 누가 보더라도 조양호가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가 대표 이사직의 연임이 승인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서 크게 보도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조양호 본인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 당시 언론들은 조양호 회장이 LA의 별장에서 칩거 중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때 나는 조양호가 국내에 있지 않고 LA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LA 남쪽의 항구도시로 미국의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살고있는 낙원과 같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호 회장이 낙원과 같은 곳에 멋진 별장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편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런 곳에 머물러 있는 조양호 회장을 생각했을 때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 조양호 회장의 나이가 70 세인데 그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아니 조양호 회장뿐만 아니라 모든 재벌들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엄청난 부를 가졌음에도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얼마나 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조양호 회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같다. 항공운송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모자라 부당한 밀수를 하면서 부를 축적시켜 왔다는 보도가 그가 욕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데, 욕심은 결국은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가장 큰 요소이다. 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시키다가 그런 비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개인은 물론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경영권에 대한 위기에 닥쳤을 때 그가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라. 그가 앓고 있던 숙환이라는 게 뭐였든 그것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 엄청난 스트레스가 그를 빠르게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