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대학 강단에서 면역학 특강을 하다 횡설수설 세상사는 이야기

天上 2018. 12. 22. 08:44

대학 강단에서 면역학 특강을 하다


우공 신보선

침술원을 해보겠다고 칠레로 갔었으나 뜻대로 되질 않아 두달만인 지난 9월 초에 귀국길에 올랐을 때, 이틀 동안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는 달리 귀국하자마자 수강생이 바로 어제까지 연일 이어졌고, 지난 주에는 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꿈도 이루었다. 3개월 보름 동안 정말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런 게 세상 사는 맛이구나 싶을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침술을 전수하는 일로 바쁘게 뛰어다녔다. 게다가 침술을 전수받은 사람들이 비교적 만족스러워 했으므로 보람도 컸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 토요일에는 모대학에서 면역학에 대해서 특강을 하는 행복하고 멋진 기회를 가지기도 했었다.

이 특강은 내가 칠레에서 돌아오자마자 대학에서 면역학을 가르친다는 의사이자 교수로부터 제의를 받았었다. 원래는 10월 중순쯤에 특강이 계획되었으나 12월 종강하는 날로 미루어졌다. 처음엔 면역학 특강 제의를 받고 꿈처럼 기쁘기도 했지만 3시간 동안 나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면역학에 관한 방대한 정보나 지식들을 어떻게 전개해야할지가 막연했다. 주어진 시간이 길다면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강의하면 되겠지만,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복잡하고 어렵고 방대한 면역학을 설명하기란 그리 만만치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특강을 요청해온 교수는 자기가 출강하는 대학의 학생들이 면역학을 상당히 어려워하여 면역학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마땅한 교수진을 찾고 있던 중에 나의 블로그를 접했던 것 같고 블로그에서 <알기쉬운 면역학 강의 안내문>을 읽었던 모양이다. 나는 3년 전부터 알기쉬운 기초면역학을 4시간에 걸쳐서 강의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안내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혹여 면역학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4시간 동안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면역학을 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적잖은 두려움도 갖고 있었으므로, 지난 3년 동안 내가 공부했던 면역학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정리하고 핵심 내용들을 축약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공을 들여 머릿속에 정리해온 면역학을 강의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도 찾아오질 않았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어느 교수, 그것도 대학에서 면역학을 가르친다는 교수로부터 특강요청을 받았던 것이다. 특강요청을 받고나서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온다는 기쁨도 컸으나 한편으로는 나의 머릿속에 정리되어진 면역학에 관한 내용들을 잘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그래서 두달 동안 침술을 가르치는 일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틈틈이 그동안 내가 공부했던 3권의 면역학 책을 보면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면역학은 특수하고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기초지식이 없이는 공부하기가 어려운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역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이에 관한 지식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여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3년 전으로 기억되는데 한 한의과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나에게 침술을 배웠었다. 당시에 그 학생이 머무는 오피스텔에서 침술을 지도해 주었는데 그 학생의 책꽂이에서 내가 공부했던 면역학에 관한 책을 발견하고는 학교에서 면역학을 배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다른 대학에서 면역학을 강의한다는 교수가 이 학생의 한의과 대학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강의를 하는데, 2시간동안 그 교수의 설명을 듣는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이 존다는 것이다.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교수가 강의를 마치고 나가면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에서 면역학을 공부했다는 그 교수가 설명하는 내용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식으로 웅성거린다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그 한의대생에게 면역학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들을 일부러 두 시간 동안 설명해주었고 그러자 그 학생은 나의 설명이 아주 쉽게 이해가 되는데 대해 감동스러워 했다. 아마도 그 때의 일이 계기가 되어 면역학을 알기쉽게 강의한다는 안내문을 블로그에 올렸던 것 같다.


면역학은 백혈구라는 혈구세포들이 인체로 침투하는 병원균을 제거하여 질병에 걸리지 않게 방어해주는 방어체계에 관한 학문이다. 백혈구들을 면역세포라고 하며 면역세포들은 선천성면역세포와 후천성면역세포로 나뉘어 우리 몸으로 침투하는 병원균을 철저하게 방어를 하여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면역세포들은 병원균을 인식하기 위한 감지기를 갖고 있는데 이 감지기로 병원균(적)과 내 몸을 이루는 조직(아군)을 구분해서 아군, 즉 자기는 공격하지 않고 적, 즉 비자기(병원균이나 이물질 모두)를 공격하여 철저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면역학은 선천성 면역세포들과 후천성면역세포들이 서로 협조를 하면서 매우 치밀하고 계획된 전략으로 병원균이나 이물질들을 물리치는 과정에 관해서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런 전략들이 대단히 정교하고 철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설명하기는 더 어렵다. 그런데 현대의학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은 물론, 한의사와 대체의학 및 공중보건위생의 종사자들, 건강과 관련된 식품제조업자와 판매자들이 면역학에 대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인 작동메커니즘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면역학을 이해하는 일은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며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면역학 특강을 앞두고 많은 나날을 긴장의 시간으로 보내다가 지난 토요일 드디어 대학의 강단에 올라섰다. 아마 오디션을 치르기 위해 서는 무대가 지난 토요일 내가 대학 강단에 오를 때와 꼭 같은 기분일 것이다. 나를 부른 교수는 수강생들이 30명이라고 알려왔으나 20여 명 정도만이 모인 가운데에서 특강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이었고 중간에 3회의 휴식시간을 가질려고 했으나 강의를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시간이 한시간 반이나 흘렀다. 함께 나의 강의를 듣고 있던 교수의 제의로 10분간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 때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의 강의가 이해하기 쉽지 않느냐고 물었고 학생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학생들의 그런 웃음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이리송했으나 이어지는 교수의 말에 나는 내가 못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교수는 한시간 반 동안의 나의 강의에 대해서 면역학을 이 정도로 쉽게 강의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을 완전히 터득해야 가능하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머지 시간의 특강도 무사히 마치게 되었고 3시간 내내 졸고있는 학생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나의 특강이 그렇게 시시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를 부른 교수는 아주 잘 했다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으나 학생들의 반응은 말 대신에 박수를 보냄으로써 나의 특강에 대한 인사를 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면역학을 정말이지 열심히 공부하여 완전히 정복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결실을 얻은 것이 침술로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가 면역학에 있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침술은 면역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면역학을 모르고는 확신성이 있는 침술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침술은 신경과학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신경과학에 관한 많은 정보와 지식도 겸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침술을 과학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침술을 가르칠 때 그 어느 곳에서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면역학과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침술을 전수하는 것이다.내가 처음 침술을 배웠을 때 침술이라는 것이 안개 속에서 어떤 물체를 찾는 것처럼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면역학과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침술의 명확성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 침술을 배우는 수강생들은 첫날 침술의 면역학적 메커니즘과 신경학적 메커니즘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수업을 받는다. 면역학적이고 신경학적인 기본지식이 바탕이 되었을 때 침술의 모호함에서 벗어나 명확성에 도달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