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뇌과학 이야기: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편도체

天上 2018. 12. 1. 07:33


며칠 전, 음악을 다운 받는 앱에 수록되어 있는 'Back to Earth' 라는 오케스트라의 300 여 곡이나 되는 레퍼토리를 검색하던 중에 눈길을 끄는 제목 하나를 발견했다. <Amygdala>, 처음엔 내가 알고 있는 단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영어사전을 뒤적여 철자를 확인했더니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단어였다. amygdala 는 편도체를 뜻하는 용어로서 뇌 안의 한 뇌세포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편도체는 감정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위험한 상황에서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장치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생소할 수도 있는 뇌과학의 해부학적 용어인 편도체가 전혀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사랑스럽지도 않은데 왜 한 음악가가 자신의 연주음악의 제목으로 정했는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더러는 액션영화나 공상과학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편도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을 보았었다.

어떻든 <Amygdala>라는 제목의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었을지 궁금하여 감상을 해보앗다. 감상한 결과는 기가 막히게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가사가 없기 때문에 편도체를 뭐라고 묘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전체적인 앙상블은 매혹적이었다. 이 매혹적인 곡을 작곡한 음악가는 편도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 것인지, 알고 있다면 어떤 의도로 이토록 매력적인 음악으로 만들었는지가 궁금했다. 


내가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편도체라는 괴물을 접했을 때였다. 편도체는 많은 부분에서 잘 연구되었기 때문에 편도체에 관한 정보들이 아주 많이 쌓여 있다. 조지프 르두는 편도체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적인 뇌과학자일 것이다. 그의 저서 <시냅스와 자아>에서 편도체의 생리적 기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편도체는 뇌측두의 양쪽에 그룹을 이루어 존재하는데 그 모양이 아몬드처럼 생겨서 편도체라고 한다. 흔히들 편도체는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뿐만 아니라 두려움, 불안함, 초조함, 우울함 등의 감정들을 편도체가 생성시키는 것이다. 편도체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위험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하여 그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게 하는 생존장치이다. 예를 들면, 산을 오르는 중에 낭떠러지와 맞닥뜨렸을 때 공포감으로 뒤로 물러서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느끼는 공포감이 바로 편도체가 생성시킨 것이다. 만약에 낭떠러지와 맞닥뜨린 위험한 상황에서 공포감을 느낄 수 없다면 주의하지 않고 함부로 움직일 것이고 그러다가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 말하자면, 편도체는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생존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편도체는 뇌 안에 존재하는 대단히 중요한 생명유지 장치인 셈이다.


편도체는 대단히 중요한 생존장치이기 때문에 바깥 세상으로부터 뇌라는 중추신경계로 입력되는 모든 감각정보(시각, 청각, 체감각, 후각 등)는 시상을 통해 반드시 편도체로 입력되어야 하는 회로로 형성되어 있다. 편도체는 10여 개의 작은 소그룹들의 세포들이 모여 있는 형태이고 뇌해부학에서는 이러한 작은 소그룹의 세포덩어리를 핵이라고 한다. 편도체를 이루는 핵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이 피질내측핵과 기저외측핵 그리고 중심핵이다. 인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감각정보들이 편도체로 입력되면 이들 정보들을 분석하는 곳이 기저외측핵이다. 그러니까 기저외측핵은 편도체로 입력된 감각정보들을 분석하여 위험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만약 외측핵이 감각정보들을 분석한 결과 위험요소가 감지되면 그 정보를 중심핵으로 전송하다. 위험정보를 수신한 중심핵은 편도체 바깥의 뇌세포집단인 여러 곳을 자극하여 겁에 질려 얼어붙는 것과 같은 행동을 유발시킨다. 즉 공포심을 유발시킨다. 이럴 때 혈압이 상승되고 호르몬 시스템들이 평온한 상태에서 급박한 상태로 전환되어 위험한 상황에서 회피하려는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한다. 결과적으로 편도체는 인체를 어떠한 위험한 상황이나 상태에서 회피할 수 있게 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살아남게 해주는 것이다. 


편도체의 외측핵과 중심핵사이에는 외측핵이 중심핵으로 보내는 정보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있다. 즉 외측핵이 편도체로 입력된 정보들 중에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들은 중심핵으로 보내게 되는데 이들 정보들 중에는 위험한 수준이 아닌 평범한 정보들도 있다. 이런 정보들을 중심핵으로 보내지기 전에 걸러내는 것이다. 이 장치를 뇌과학자들은 '가바통제장치'라고 한다.

신경계가 일으키는 주된 신호는 흥분신호와 억제신호이며 이들 두 신호를 복잡미묘한 균형에 의해 인체의 정교하고 섬세한 움직임을 조정한다. 신경계의 흥분신호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이루어지고, 억제신호는 가바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수행된다. 자동차가 복잡한 거리를 다른 차들과 부딪치지 않고 속도를 유지하며 정확하게 도로 위를 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흥분신호와 억제신호 두 가지에 의해서이다. 우리 인체는 자동차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구조가 복잡하지만, 결국은 신경계의 흥분과 억제라는 두 가지의 신호에 의해 정교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체를 이루는 어느 곳이든 흥분장치와 억제장치가 갖춰져 있어 이 두 신호의 균형적인 조합으로 생명장치가 정확하고 세밀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가자면, 편도체 안의 기저외측핵과 중심핵 사이에는 흥분장치와 억제장치가 있어서 편도체가 일으키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여기서 억제장치인 가바통제장치의 중요성인데 이 가바통제장치가 역할을 제대로 못해주면 감정상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편도체 안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가바통제장치가 중심핵으로 전송되는 정보들을 지나치게 간섭하여 억제하면 위험한 상황인데도 대처할 수 없게 되는 상태가 된다. 속된 말로, 간이 배밖으로 나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의 상태이다. 반대로 가바통제장치의 억제력이 약해 외측핵이 중심핵으로 보내는 평범한 정보들을 제어하지 않으면 사소한 일 가지고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같은 감정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편도체 안에서의 가바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각자의 살아온 환경과 학습이나 경험되어진 기억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폭력성의 부모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아무래도 감정상태가 평온하지 못하고 불안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의 편도체 안 가바통제장치가 폭력성의 가정에서 강한 흥분성 신호들이 외측핵으로 들어가서 중심핵으로 전송되는 중에 가바통제장치가 위축되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억제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로 된 편도체를 가진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가바통제장치의 제어력이 약해져 약한 흥분신호, 즉 사소한 감각정보들에도 두려움을 느껴 불안해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술을 자주 마심으로써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는 한다. 술이 편도체 안의 가바장치를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신경정달물질인 가바는 술의 성분인 알콜과 유사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편도체 안에서의 감정조절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일에 대해서 두려움이 생기든 불안한 마음이 생기든 이런 감정에 휘둘려 살아가는 경향이 짙다. 두려움과 불안한 감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감정들을 무의식의 밖으로 끄집어내 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조정해야만 한다. 즉 편도체의 가바통제장치에 힘을 실어주려고 의식적으로 무던히 애를 써야 한다. 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일은 전전두엽이라는 최고의 집행기관에 의해서 수행된다. 무의식이 일으키는 불안한 마음을 전전두엽으로 끌어들여 전전두엽의 의지에 의해 편도체를 통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편도체가 전전두엽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에서 전전두엽이 의식적으로 편도체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되도록 뇌를 훈련시커야 한다. 이런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3년 이상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