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탄 선물교환

天上 2023. 12. 24. 05:24

동자동 쪽방촌 골목 

등 굽은 급한 언덕길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한파는  

코 끝이 애는 듯하다. 

 

여러 형제들을 만나고 

끝 집에 문을 두드리고 여니 

줄 맨 강아지가 뛰쳐나왔다.  

지린내와 함께!  

화장실도 멀리 있는 형편에 

이 추운 날 어찌하겠나!  

 

얼마를 기다리니 할머니가 나오셨다. 

앞을 보지 못한다. 

키는 내 가슴팍 정도에 자그마하고 

바람에 날릴 듯 가냘프기만 하다.  

 

방한 목도리와 가져온 찬을 드리며 

기도하자 하니 감사하다며 

내 손을 잡고 머리를 숙인다. 

 

기도를 시작하니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복받쳐 일시 입을 뗄 수 없었다. 

 

간신히 기도를 마치고 나니 

앞 못 보시는 할머니가 

내 외투에서 주머니를 찾는다. 

꼬깃꼬깃 접힌 만원권 지폐를

손에 쥐고서!  

 

“목사님, 이렇게 추운데 오셔서 

이렇게 추운데 오셔서…. 

감사합니다.”

 

전해오는 그 진실함에

사양조차 할 수 없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쪽방촌을 떠나오며 

봉사자에게서 5만원을 빌렸다. 

다시 찾아가 사양하는

손에 쥐어 드렸다.  

 

이런 성탄 선물교환은 

평생 40여 년 목회에 처음이었다.

 

2023.12.23

쪽방촌 성탄절 심방 

이주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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