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과 여사공
천하를 주유하던 김선달이 어느 날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게 되었는데 , 공교롭게도 나룻배를 탄 손님은 자기 혼자뿐이었고, 뱃사공은 30대의 여자였다. 나룻배가 강 한가운데쯤 왔을 때 농담을 좋아하는 김선달은 여사공에게 수작을 걸었다. "여보, 마누라" 여사공이 노를 젓다 말고 뒤를 돌아보니 손님이 자기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지 않은가. 분명히 자기를 놀리는 것으로 눈치 채고 , "보아하니 점잖으신 선비 양반 같은데 어째서 초면의 나를 보고 마누라라고 하는 게요?" 하고 화를 냈다. 그러자 여기에 즉각 응수하는 김선달 ! "여보시오, 내가 당신의 배 위에 올라탔으니까 당신이 내 마누라가 아니고 누구란 말이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사공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노만 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선달은 마음속으로 "내 농담이 너무 지나쳤나?" 미안해하며 멀쑥해져 다물고 있었다. 이윽고 나룻배가 강을 다 건너 강가에 닿자 김선달은 배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김선달이 몇 발자국 걸었을 때 별안간 등 뒤에서 여사공이 외치는 칼날 같은 목소리 ! "야, 내 아들놈아! 잘 가거라." 깜짝 놀란 김선달은 돌아서서 여사공에게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여보시오 내 나이가 지금 40줄인데, 어째서 내가 당신의 아들이란 말이오?" 그랬더니 여사공도 여기에 질세라 맞 삿대질 하면서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이놈아! 네가 지금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까 내 아들이 아니고 누구란 말이냐?" 천하에 재치꾼인 김선달도 섣불리 수작을 걸었다가 그만 한수 위의 여사공에게 당해 밑천도 못 건지고 고개만 떨군 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文化 >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형래 변방의 북소리 ㅎㅎㅎ (0) | 2018.01.05 |
---|---|
氷板길 조심하세요 (0) | 2017.12.16 |
깡통한개의 위력 (0) | 2017.11.25 |
어느 부인의 9일간 천국 만들기 (0) | 2017.11.21 |
유머 / 누님, 저 왔습니다 (0) | 2017.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