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고 있습니까?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한참 지나니까 사물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집 안쪽에 있는 한쪽 벽에서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이 뻗어 나왔다.
벽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니 손바닥 크기의 그림 액자였다.
휴대전화기 불빛으로 비추어 보니 그 영감이 쓴 지렁이가 기어들어가는 듯한 글씨 액자였다.
“아니 이것은 그 미친 영감이 쓴 글씨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마치 지렁이가 햇빛 아래 나와서 꿈틀거리며 말라죽어가는 듯한 글씨였다. 이 그림에 인사동을 헤매고 다니는 온갖 비루먹은 귀신들이 달라붙어 있는데 그 귀신들이 그 여자한테 아무데도 못 나가게 하고 같이 놀자고 하면서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 그림이 어찌하여 여기 있는가 하고 물었더니 그 영감이 죽기 전에 그 노인을 동정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그 그림들을 사 주자고 하여 그 때 돈으로 30만원을 주고 산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이 그림을 없애 버리십시오. 갈기갈기 찢어 버리거나 불로 태워 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 하였더니
“그 영감이 죽은 지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이 그림을 팔면 살 때 준 값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 하였다.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이 그림을 산 다른 사람이 귀신한테 시달릴 것입니다.”
나는 그 그림을 달라고 해서 발로 짓밟아서 좍좍 찢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어 버렸다. 그 여자가 보는 데서 찢어버리지 않고 내가 갖고 나오면 내가 그 그림이 탐이 나서 가져가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림이나 공예품, 조각 작품, 미술품 등은 영감(靈感)을 받아서 그린 것이나 만든 것 신통(神通)한 것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 대개 그런 것에는 귀신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혼(魂)이 들어간 것은 무서워하고 피해야 한다.
반 고호, 샤갈, 피카소 따위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집에 걸어두면 안 된다. 이런 그림들을 집안에 걸어두면 온갖 재수 없는 일이 다 생긴다. 귀신이 들어 미쳐서 제 귀를 자르고 자살한 사람을 두고 어찌 위대한 화가라고 칭송하는가?
이런 그림들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걸어두는 것은 괜찮다. 신필(神筆)이라거나 영감(靈感)을 받았다거나 계시(啓示)를 받아서 만들거나 그렸다고 하는 것을 절대로 집 안에 걸어두지 말라.
우리나라에 흉한 기운이 담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 말할 수는 없다. 옛날 그림 중에서는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같은 그림이 아주 흉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언뜻 보기만 해도 서늘하고 흉한 기운으로 인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소름이 돋는다.
이 그림은 몽유지옥도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절대로 무릉도원을 나타낸 그림이 아니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고 걸작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달마도 같은 것에도 흉한 기운이 나오는 그림이 많다.
최진규 약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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