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발목염좌 같은 족부 질환은 걷지 않으면 아프지 않아서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은 "대다수 족부 질환은 걷거나 구두를 신으면 아프다"며 "통증이 있다면 병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모든 병이 그렇듯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을 키우면 나중에 치료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대표적인 질환이 발목 염좌이다. 발목이 접질리면 처음에 염증이나 욱신거리는 통증이 조금 생겼다가 사라진다. 반복되면 인대가 느슨해지면서 수시로 발목을 삐는 발목불안정증이 생기고, 결국 연골이 손상돼 외상성 관절염으로 이어진다.
족부 질환은 오진(誤診)도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 발 앞쪽이 아프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해야 하는데 족저근막염으로 진단을 하거나, 인공관절을 해야 할 정도로 발목 관절염이 심한데 인대 문제로 착각하고 인대 봉합술을 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고 있다.
족부 질환은 무릎·어깨·척추와 달리 전문적으로 보는 의사가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족부 의사는 국내 200~300명이 있다. 박의현 병원장은 "발은 신체에서 2% 남짓한 면적을 차지할 정도로 작은 조직이지만, 수십개 인대와 신경·혈관이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조직"이라며 "족부를 전문적으로 보는 경험이 많은 의사한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족부 질환별 치료법▷무지외반증=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부위가 돌출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의 휘어진 정도가 15도 이상이고 통증이 있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일반적으로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한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은 '교정 절골술(엄지 발가락 뼈를 절단한 후 안쪽으로 밀어넣고 나사·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개발, 통증을 크게 줄였다. 기존 무지외반증 수술은 통증 점수(VAS)가 7~8점에 달했지만, 교정 절골술의 경우는 통증 점수가 2~3점으로 낮아졌다는 연세건우병원의 조사가 있다. 박의현 병원장은 "절골술은 뼈 제거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고, 하반신 마취 없이 발목 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술 부담이 적기 때문에 환자의 30% 이상이 양측 무지외반증 수술을 하고 있다.
▷족저근막염=족저근막염은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발바닥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한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체외충격파 치료(초음파를 보면서 밖에서 충격파를 쏘아 혈류량을 증가시켜 조직 재생을 돕는 치료)를 한다. 그래도 낫지 않는 사람은 수술 밖에는 방법이 없다. 연세건우병원 배의정 원장은 "보통 족저근막염은 아픈 부위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하지만, 발바닥 주변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넣어 염증을 제거하고 수축된 근막을 늘려주는 수술을 해 회복 기간을 줄인다"고 말했다. 내시경 수술을 하면 깁스가 필요 없이 바로 보행이 가능하다.
복잡한 구조·증상, 족부 전문가에게 맡겨야
가벼워 보이는 염좌도 방치하면 관절염까지
무지외반증, 교정 절골술로 30분 만에 수술
족저근막염, 구멍 뚫어 염증 없애 회복 빨라
파열된 인대는 내시경 수술, 조직 손상 최소
▷발목 연골 손상=발목 연골은 손상되면 관절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연세건우병원에서는 손상된 발목 연골에 환자의 골반에서 채취한 자가골수세포를 이용해 재생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연세건우병원 이호진 원장은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는 상처난 부위에 연고 바르듯 도포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우리 병원에서는 땅에 씨앗을 뿌려 자라게 하는 필홀 술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손상된 연골 부위에 줄기세포를 심어줄 작은 홀들을 만든 다음에 채취한 줄기세포를 채워준다. 채워준 줄기세포가 흐르지 않고 뿌리부터 잘 성장하도록 거름 역할을 하는 특수 제제를 덮어주는 것으로 수술이 완료된다. 발목 뼈를 잘라 살짝 돌려 무게 중심을 바꾼 뒤 고정하는 발목 절골술을 하기도 한다. 발목 관절염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