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Classic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8번 중 제3악장

天上 2019. 6. 27. 08:13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8번 제3악장

어제가 6.25였고 오늘 날씨도 음울하여 쇼스타코비치의 전쟁3부작(교향곡 제7, 8, 9) 중 하나인

8번 교향곡을 들었다. 전쟁을 생각하면 소름끼치지만 전쟁과 관련된 음악은 대체로 관현악을 듣는

재미가 꽤 괜찮다. 특히 여름엔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금관악기 등 시원한 관현악의 울림이

더욱 매력적으로 들린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8번은 연주회나 방송 등에서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나는 옛날부터 이 곡의

3악장에 매료되어 가끔씩 듣는 편이다.

내가 집에 가진 음반은 앙드레 프레빈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43년 작곡되어 거장 므라빈스키에 의해 초연되었는데, 암울하고 모호한 악상과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반혁명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1956년까지 연주 가능 목록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소련이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시기여서 당국과 국민들은 쇼스타코비치가 희망차고 낙천적인

곡을 발표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는데 엉뚱한 분위기의 곡이 발표되자 비난을 받았던 것 같다.


당국의 공격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도 이런 어두운 곡을 쓴 작곡자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으나

일부 평론가들은 스탈린의 압제와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 인간이란 동물의 잔인함, 전쟁의 광기를

직접 목격한 쇼스타코비치가 결코 밝은 곡을 쓸 수는 없었으리라고 적기도 했다

5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3개 악장은 연달아 연주되는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제3악장은

비명소리 섞인 행진곡 같은 기괴한 분위기로 흔히 전쟁의 공포를 묘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듯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과 독일군의 전투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3악장에 내포된 의미야 무엇이든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관현악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어 재미있다.


최근 우리나라 공연장들에서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이 자주 연주되는 이유는

특유의 생동감, 비장한 서정미, 그리고 과격한 음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괴기스런 소리에 때로 이게 음악인가 싶은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게 쇼스타코비치를 듣는 재미인 것도 사실이다.

지휘자 입장에서는 뭔가 덜 통속적이고 수준 있는 작품을 연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공연목록에

올릴 것이고...

대구시향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꽤 자주 연주하는 편인데 2019년 하반기에도 11월 정기연주회에서

쇼스타코비치 제7번 교향곡이 예정되어 있고, 교향곡은 아니지만 9월 정기연주회에서는 첼로 협주곡

1번이 목록에 올라 있다.

사족이지만, 나는 올해 상반기 중 대구시향 공연에 딱 한번만 갔을 정도로 연주회장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주머니사정도 있고 연주회장의 기침과 휴대폰 등 온갖 잡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하철이 연결되지 않는 산기슭에 살다 보니 오가는 게 너무 번거로워서 그렇다.

그래도 대구시향을 후원하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더 자주 가야한다고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나는 직접 가지 않지만, 나로부터 월 2회 클래식 과외수업을 받는 주부학생 세 분은 나의 격려에 힘입어

꼬박꼬박 대구시향 정기연주회에 참석하고 있으므로 내가 간접적으로는 대구시향의 청중 확보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전쟁을 묘사한 음악에서 보듯,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인간이란 동물들이 벌이고

있는 온갖 덧없는 만행을 생각하매 그저 서글픈 심정이다.

조물주가 인간에게도 하마나 고릴라 수준의 지능만 주었으면 전쟁을 해도 그저

맨손으로 때리거나 머리로 가슴을 박거나

하마처럼 배설물을 뿌리는 정도의 충돌에 그칠 텐데...

하루에 수만 명이나 죽일 방법도 없을 텐데...

소총도 없고, 고사포도 없고, 핵무기도 없을 텐데...

그 잘난 과학자들과 망할 놈의 첨단기술 때문에 포탄이 바다를 넘나들고,

한순간에 수백만 명이 죽을 수도 있고,

언제 지구가 망할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조물주 당신이 인간의 뇌를 잘못 설계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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