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人間勝利

존엄하고 품격 있는 죽음을 준비하자

天上 2018. 8. 23. 09:02

존엄하고 품격 있는 죽음을 준비하자

조선일보

허정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역복지개발원장 2018.08.23  

                   

얼마 전 친한 친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렀다고 했다. 그 친구 가족은 평소 교분의 폭이 넓어 부고(訃告)를 했으면 많은 문상객이 빈소를 다녀갔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 가족은 가까운 친척에게만 알렸고 요양병원에 딸린 작은 장례식장에서 간소하게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이 소식을 듣고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며칠 전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85)가 병세 악화로 1~2주일 후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지인들을 병원으로 초청해 '생전(生前) 장례식'을 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죽고 나서 장례 지내면 뭐 하냐. 살아 있을 때 작별 인사 해야지"라며 평상복을 입고 지인들과 노래 부르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우리도 고령사회를 맞아 죽음에 대한 시각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제까지 '참된 삶(well being)'이 화두였다면 앞으로는 '존엄한 죽음(well dying)'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할 때가 되었다.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준비만 잘해 놓으면 죽음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먼저 연명(延命)치료와 죽음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미리 표시하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와 '사전 장례 의향서'를 작성해두자. 전자는 미래에 자신이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임종 직전 자신이 받을 치료 범위를 결정해 놓는 것이다.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는 선택을 해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자는 취지이다. 후자는 부고의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 및 조화 접수 여부, 수의 및 관의 종류, 시신 처리 방법 등을 명시해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지 미리 가족에게 알려주는 문서이다. 당사자는 자기 뜻대로 장례가 진행될 테니 마음이 놓이고, 큰일을 당해 경황이 없을 가족들은 복잡한 절차를 놓고 우왕좌왕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건강할 때 미리 녹화해 둔 작별 영상을 조문객들에게 방영하거나 고인을 떠올릴 만한 사진 몇 장을 빈소에 전시하는 것도 그를 기리는 좋은 방법이다. 세상을 떠나면서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고 남은 사람들에게 짐도 되지 않는 존엄하고 품격 있는 장례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2/20180822038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