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기(氣)란 무엇인가?

天上 2017. 5. 8. 09:56

기(氣)란 무엇인가?

신보선의 우공침술

한의사들이나 또는 대체의학을 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일반 의사들까지도 기(氣)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고, 기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면 대단히 현명하고 지혜로운 의사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한의학자가 말하기를

"한의학을 한마디로 정의할 때 기(氣)를 다루는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라고 했을 정도로 기는 한의학적 이론에서 연속성을 가지는 핵심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의학은 기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에 대해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면 한의학적인 시각도 그만큼 정확하고 구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에 대해서 막연하고 애매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의학적인 식견도 덩달아 막연하고 애매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기(氣)에 대해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다. 한의학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기를 그저 막연하게만 이해고 있으며 그래서 그들의 기에 대한 설명 또한 막연하고 애매모호하기만 한 것이다. 특히 침술을 다루는 많은 한의사나 침쟁이들의 기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인해 그들이 갖고 있는 침술 또한 정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것이다.

<침뜸의 이론과 실제>라는 어느 저자의 책 내용에는 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하고 있다.

"기(氣)라고 하는 것은 동양의학 관점에서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존재이다. 기를 배제하고는 동양의학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략)

이 기(氣)라고 하는 것은 인체의 장부에 바탕을 두고 사지의 내외면에 분포되어 인체의 생리를 관장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서 기의 실체는 작용결과로만 인정하지 과학적 장비로도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의 존재를 현대 과학자들의 관점으로는 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의 실체는 곧 밝혀지리라 확신한다. (중략)

침구학에 있어서는 절대적 가치로서 기를 조절함으로서 인체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침구의 치료술이다."

잠시 후에 설명하겠지만 선인들이 기(氣)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저자는 기에 대해서 알 듯 모를 듯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어느 한의학 박사의 저서인 <고려의학>에서 기에 대한 설명이다.

"기(氣)는 실질적인 형체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설이 많다. 기라는 말은 원래 고려의학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략)

기는 몸안의 생명활동의 힘의 원천으로서 몸안의 모든 장부, 기관, 조직들을 보충하며 거기에 영양물질을 줌으로서 그들에게 활동력을 보장해 준다. 동시에 에너지 원천을 온몸에 수송하는 원동력으로 된다. 즉 기는 장부와 기관의 생명을 유지하는 근본원천이며 활동기능의 원동력이다. 또한 피와 진액을 순환시켜 영양물질을 보충하며 땀과 소변으로 배설시키는 원동력으로 된다."  


또 다른 한의학 박사의 저서인 <한의학 특강>에서는 기(氣)에 대해서 이렇게 논하고 있다.

"기(氣)는 어떤 형체를 가진 물질이 아니다. 그 형체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 발현시키는 작용을 기라고 하였다. 물론 이 작용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물질을 통하여 발현되므로 점차 기에는 미세한 물질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었고 또 한 걸음 나아가 모든 형체를 가진 물질은 아주 미세한 물질로부터 생긴다는 사실에서 모든 물질의 기본 구성체가 된다는 개념도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인 의미를 떠나서 기를 순수하게 그냥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할 때 기는 무엇인가? 즉 처음 말했듯이 단순히 어떤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그냥 기라고 했다."

선인들이 정의를 내렸던 기의 개념에 가깝게 접근한 듯한 설명인 것 같으면서도 역시 막연하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느 한의사가 쓴 <한의학 순환구조론>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선인들이 기에 대해서 정의했던 내용과 같은 맥락적 차원에서 기(氣)를 설명하고 있으나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막연하기만 하다.

"기(氣)란 위치에너지의 운동에너지화라고 말을 바꾸어 보고 싶다. 무수히 많은 기의 표현이 한의학에 있다. 그러나 기는 어느 한가지의 표현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설명하는 하나의 포괄적 언어 형태이다. 내재되어 있는 뜻이 완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간파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기로 표현하고 있을까? 왜 신비주의의 한가지로만 보아야만 할까? 적어도 인체에서 표현되는 기는 분류와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때의 해석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 사람이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고 신비주의나 소수의 전유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여기서는 기를 한정시켜서 생각하기로 한다. 모든 먹고 마시는 것에서 들어오는 영양물질과 무기질 그리고 공기의 흡입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으로 본다. 세포 내의 여러 가지 과정을 통과하는 대사과정에 의해 인체에 필요한 어떤 물질이나 힘을 공급하는 것으로 본다. 세포내의 해당과정, TCA 회로 등에서 생산되는 물질과 유전자에 의해서 발현되는 현상을 모두 기로 본다. 즉 에너지의 형태이며 그것의 생산과정이고, 생산을 제어하는 것을 기의 현상으로 본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저자가 인체생리학적인 자연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의학을 재조명하려고 한 책이며 앞에서 언급한 그의 기에 과한 생각도 자연과학적인 지식에서 비롯되었다.


기(氣)가 무엇인지는 선인들이 이미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 놓았다. 그러나 선인들의 기에 대한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한의학적인 지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자연과학적인 지식, 즉 생물학적인 지식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을 때 선인들이 기에 대해서 생각했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선인들이 생각했던 기의 본질에서 벗어나 멋대로 해석하다 보면 신비주의로 흐르게 되어 명확성을 잃고 막연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인들은 기(氣)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를 내려 놓았을까? 

의학 박사인 김종석이 대표 역자로서 번역한 <한글판 신중국한의학>의 정(精), 기(氣), 혈(血), 진액(津液), 신(神)이라는 단원에서 선인들의 기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고 있다.

"기는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며, 기의 운동변화는 자연계 중 모든 사물을 생성하는 근원이라고 옛 사람들은 생각했다. 중의학은 인체를 자연계의 일부분으로 보고 이 소박한 유물관을 응용하여 인체를 인식하여 기의 기본 개념을 형성하였다.

기는 인체 내에서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는 매우 강한 활력을 갖고 있는 정미(精微) 물질이며, 인체를 구성하고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또 다른 책인 <중의학 기초>(오원교 번역)에서는

"기(氣)는 인체 안에서 운동하고 있는 정미(精微)물질이며,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물질이다."  

라고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다.


선인들의 기에 대한 정의를 정리하면 이렇다.

"기는 인체 안에서 생명활동을 위해 끊임 없이 운동하고 있는 매우 강한 활력을 가진 정미로운 물질이며, 인체를 구성하고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이와 같은 정의조차도 자연과학적인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막연하기만 할 것이나 서두에서 밝혔던 몇몇 한의학자들이 말하는 기에 대한 설명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즉, 기는 어떤 형체를 가진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막연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반하여 선인들의 기에 대한 정의는 '기는 정미물질'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선인들이 기에 대한 정의를 자연과학의 생물학적인 지식으로 재조명해 보면 얼마나 기발하고 명쾌한지 모른다.


선인들은 결코 막연하고 신비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기(氣)라는 말을 만들지는 않았다. 실체로서 존재하는 어떤 구체적인 물질을 가리켜 기라는 적절한 용어로 사용했으며 다만 선인들은 그 구체적이고 실체의 물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인체 안에서 생명현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부단하게 관찰하고 사고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주 미세한 물질들이 그 주체임을 감지했던 것이다. 그래서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미세한 물질들을 기(氣)라고 했던 것이다.

기에 대한 선인들의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 또는 세포학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만 한다. 분자생물학은 말 그대로 분자에 관한 학문이며 분자라는 것은 세포를 이루는 모든 물질을 말하는 것이다. 인체 안에서 생명활동이 진행되는 곳은 세포이며 세포 안에서의 끊임없는 생명활동에 의해 생명현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포는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단위로서 여기에서 무수한 분자들에 의한 생명활동이 수행되지 않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세포는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에 의해서 생명활동이 진행되는 것이다. 세포 안에서의 생명활동은 무수한 분자들이라는 아주 미세한 물질들이 화학반응이라는 작용을 통해서 생명활동을 수행한다. 생명활동을 수행하는 분자들 대부분의 크기는 일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나노미터의 수준으로서, 1mm의 크기를 100만 개로 쪼개어 놓았을 때 그 중의 하나를 1나노미터라고 한다. 이렇게 상상하기도 힘든 아주 미세한 크기의 분자라는 물질들이 어우러져 화학반응에 의한 생명활동을 수행하며 그 결과로 우리가 살아서 숨쉬고 움직이는 것이다.

인체를 연구했던 옛날 사람들은 세포의 실체와 세포를 이루고 있는 무수한 분자들의 실체는 몰랐으나 그들의 오랜 경험과 예지력에 의한 선견지명으로 아주 미세한 물질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생명활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알지 못했던 세포를 비롯한 세포를 이루는 무수한 분자들을 기(氣)라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라는 말은 어느 특정한 대상을 일컫는 말이 아니고 대단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세포 안에서 생명활동을 수행하는 분자들은 무수하게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체를 이루는 세포는 여러 종류로 분류가 되고 세포의 종류에 따라 분자들의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氣)라고 하면 세포 안에서 생명활동을 수행하여 생명현상을 만들어내는 모든 분자들이라고 이해를 한다면 기에 대한 막연함을 떨쳐버릴 수가 있다.


결국 인체에서의 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 내지는 세포학을 충분히 이해고 하고 있어야 한다. 분자생물학은 생명체의 세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자들의 활동에 관한 학문이다. 세포 안에서의 분자들의 활동을 흔히 '물질대사'라고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분자물질들에 의한 화학반응이다. 분자들의 화학반응에 의해 생명활동이 수행되며 그 결과로 생명이 유지되는 생명현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포 안에서의 분자들의 화학반응에 의해 단백질을 생산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인 유전자가 분자물질로 존재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하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료인 포도당과 산소가 존재하는 등 무수한 분자들이 세포 안에서 끊임없이 활동하여 우리들의 생명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다.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 기(氣)의학이라는 말이 있다. 기의학은 결국 분자생물학이다. 물론 기의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기의학에 대한 신비주의 때문에 분자생물학을 부정하겠지만 분자생물학을 공부하여 여기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갖게 되면 수긍하게 될 것이다.

기에 대해서 신비주의적이고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기를 다룬다는 한의학 자체가 늘 막연하고 애매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분자생물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게 되면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한의학적인 지혜들이 엄청 많이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면 한의사나 침술사들이 분자생물학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면 한약을 조제하는 방법에 대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효과적인 침술을 위한 길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