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우공침법

天上 2017. 11. 22. 16:17

우공 침법

생명과학, 즉 생물학의 핵심이론은 진화론이다. 그런데 진화론은 유전학이 핵심이다. 진화의 이론을 체계화시킨 사람은 영국의 다윈이다. 그리고 유전의 원리를 밝혀낸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멘델이다. 이 두 사람은 19세기에 활동한 과학자로서 이들의 업적으로 생물학이라는 자연과학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다윈 이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진화하는지에 대한 많은 가설들이 생물학사를 통해서 꾸준히 이어져 왔었으나 지금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대부분이 터무니 없는 설들에 불과했다. 더구나 서구에서는 생명체의 발생과 진화는 신(神)의 영역이라는 믿음 때문에 과학자들조차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다윈이 배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탐험하면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생태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진화에 관한 이론들을 확립해 나갔다. 다윈에 의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서 생명체의 구조와 생리적 기능을 발달시켜 변하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 인간이라는 개체는 처음엔 하등의 구조와 기능을 가진 생명체였으나 끊임없는 진화의 결과로 지금의 고등의 생명체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가 되었든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진화는 생명체가 속해 있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생명체가 접하고 있는 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맞게끔 개체의 구조라든가 기능이 변해야 한다. 그래서 변하는 환경에 적응을 해야만이 생존할 수 있으며, 생명체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없게 되면 도태되고 만다. 거꾸로 말해서, 자연은 변화된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명체들을 선택하며 이렇게 선택된 생명체들만이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이 다윈이 설명하는 '적자생존론' 또는 '자연선택론'에 의한 진화론이다.


변화되고 있는 자연환경에서 어떤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된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체의 해부학 구조나 생리적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는 것이다. 어떤 생명체의 구조나 기능을 만드는 것은 유전자가 결정한다. 어떤 생명체가 속해 있는 자연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나 기능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런 것을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말이다.


급격한 자연환경의 변화로 어떤 생명체가 도저히 생존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 생명체의 유전자들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끔 구조와 기능을 절대 바꿀 수는 없다. 유전자에 암호화되어 있는 설계대로 어떤 생명체가 발생하면 그 생명체의 구조나 기능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어떻게 생명체 개체의 구조와 기능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떤 생명체가 속해 있는 환경이 변하면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생명체들은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한 생명체들과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다. 생명체들은 일반적으로는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동일한 생명체들 중에서 몇몇 개체들은 돌연변이의 유전자를 갖고 있기도 하다.


유전자가 구조와 기능을 결정하므로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특이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게 되며, 이와 같은 특이한 구조와 기능이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게끔 하며, 결국에는 이런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계속 번식을 하게되어 급격하게 변화된 자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들의 생태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진화'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을 결정하는 것이 유전자라는 것을 밝혀낸 사람은 멘델인데 멘델은 다윈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다. 멘델은 수도사로서 그가 속해 있는 수도원의 뜰에서 완두를 재배하여 완두의 꽃 색깔, 콩의 모양과 색깔, 꼬투리의 색과 모양, 완두의 키 등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지를 철저하게 관찰하여 유전 원리를 밝혀낸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이다. 멘델이 유전의 원리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양친의 부모가 짝짓기를 통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2세가 발생하며, 정자와 난자에는 새 생명체를 만드는 어떤 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인지를 했었다. 이것을 유전인자라고 했으며 아버지의 유전인자와 어머니의 유전인자가 혼합되어 아버지를 닮은 듯하면서도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과 어머니를 닮은 듯하면서도 어머니의 모습과는 다른 하나의 독특한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즉 물감의 예를 들어, 두 가지의 색을 가진 물감을 한데 섞으면 원래의 두 가지 색은 없어지고 다른 색이 나오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멘델은 이런 생각에 의문을 갖고 완두콩을 이용해 자가수분 또는 타가수분을 통해서 3세대까지의 발생과정을 관찰하면서 유전양상을 연구했다. 그 결과로 유전인자는 물감이 섞이듯이 혼합되는 것이 아니라 카드 두 벌을 섞었을 때처럼 카드 개개의 모양은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로 섞이는 것처럼 아버지의 유전인자와 어머니의 유전인자가 섞여서 태어날 2세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멘델이 알아낸 것이다.


멘델이 살았던 시대에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말하는 유전자를 유전인자라고 했었다. 유전자는 DNA라는 분자의 물질에 존재하고 DNA는 염색체에 존재한다. 정자에 있는 23개의 염색체와 난자에 있는 23개의 염색체가 수정 과정에서 섞이어 새 생명이 발생한다. 멘델은 정자의 23개 염색체와 난자의 23개 염색체들이 물감이 섞이듯이 혼합되는 것이 아니라 염색체의 본래의 모양을 잃지 않은 상태로 조합을 이룬다고 했다. 이것을 유전의 분리의 법칙과 독립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유전학에서 핵심을 이루는 원리가 되고 있다. 


진화론을 거론할 때 다윈의 업적을 빼놓으면 안 되듯이 멘델의 유전이론을 배제하고는 유전학을 설명할 수 없다. 생물학은 진화와 유전학이 본질을 이루는 자연과학이다. 즉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원리에 관한 학문이 생물학이며, 모든 생명체는 진화와 유전자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다윈과 멘델의 생물학적인 업적은 자연과학의 발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 위대한 두 과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에는 세상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의 이론들이 당시의 생물학적 이론들과는 너무 혁신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윈(1809~1882)과 멘델(1822~1884)은 거의 같은 시기에 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들이 죽은 후 15년이 지난 190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과학자들이 이들의 이론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명과학은 획기적이고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나는 침술을 연구하느라 올해로서 22년이란 세월을 바쳤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의 침구이론이나 한의학적인 이론을 완전히 뒤엎고 생물학적인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이론으로 재정비를 했다. 즉 면역학과 신경과학적인 이론으로 침술에 의한 인체의 반응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정립했다. 이런 이론이 정립되었을 때 침이라는 뾰족한 바늘로 어떻게 자극해야만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방식을 찾아내게 되었다. 물론 이 기술적인 시술방식은 내가 고안해 낸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대한 과학적이고 명확한 메커니즘을 찾아낸 것은 나의 업적이다. 한의학적으로 침술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론은 터무니가 없거나 막연하다.


옛날 사람들이 음양오행의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론들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침술은 고대에 생겨났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침술의 작용원리를 한의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경락설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론들에 많은 사람들이 세뇌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침술인들이나 침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경락이론을 알기위해 허무한 노력을 하고 있고,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경혈을 익히고 외우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침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문의전화를 받는다. 그들의 우공침술 또는 TLS 침법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점에 관해서 내가 가르치는 침술은 신경과학적이고 면역학적인 원리로 인체에 작용하여 그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블로그의 침술개인지도 안내 글에도 여지없이 똑같이 설명했다. 그런데 이게 큰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기에 침술을 연구하면서 침술이 질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 원리가 무엇일까를 한의학적인 지식으로 이해를 하려고 했으나 그 설명이 뜬 구름을 잡는 식이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나는 유전학과 면역학, 신경과학에 심취하여 15년 넘게 공부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과정을 통해서 침술의 치료원리를 명확하게 찾아냈다. 그래서 침술의 치료원리를 면역학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적어도 침구계에서만큼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것 같은 예감으로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나의 블로그를 통해서 면역학과 신경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침술이 인체에 작용하는 원리에 관한 글을 수도없이 올렸지만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어떤 사람은 수천 년 동안 선조들이 이룩한 침구이론을 나처럼 지식에 일천한 자가 쉽게 뒤집을 수 있느냐며 한심스러워 하기도 했다.


어떤 스님이 나에게서 침술을 배우던 중에

"우공 선생님 돈 많이 버시죠?"

수업 중에 뜬금없는 물음에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나의 반문에 스님은

"선생님께 배운 침법으로 허리통증 환자들을 치료해 보니 효과가 너무 좋아서 이런 침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것 같아서요"

그 스님의 말처럼 내가 가르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침법의 우수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서로 배우려고 한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내가 개발한 TLS 침법은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을 해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별로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이런 불길한 생각을 한다.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혹여 우공침술의 우수성은 내가 죽은 후에나 입증이 될 것인가? 내가 진화론을 공부하고 유전학을 공부하면서 다윈의 위대성과 멘델의 천재성에 경탄과 존경으로 가득 찼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죽은 후에 업적이 알려지고 그래서 유명해지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다윈과 멘델이 측은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 많이 고독하다. 그래도 이 고독을 이겨내는 방법은 다윈이나 멘델처럼 내가 연구할 분야에 처박혀 있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