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대신 '어머님'으로 부르세요"
한지연 기자 입력 2018.02.16.
부계혈통을 바탕으로 호적이 편제되는 호주제가 2005년 폐지된 지 13년이 흘렀다.
하지만 시가와 처가 호칭은 여전히 여자를 결혼 후 남성의 집에 종속되는 '출가외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시가와 처가 호칭에 부계혈통 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호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결혼 후 첫 설을 맞은 며느리 A씨는 호칭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남편의 남동생이 자신을 '형수'라고 부르는 반면, A씨는 꼬박꼬박 그를 '도련님'이라 불러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여겨진다. 친오빠보다 나이가 많은 남편이 A씨의 오빠에게 '형님'이 아닌 '처남'이라 부르는 것을 보자니, A씨도 남편의 남동생에게 존칭을 뺀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만 마땅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부계혈통을 바탕으로 호적이 편제되는 호주제가 2005년 폐지된 지 13년이 흘렀다. 하지만 시가와 처가 호칭은 여전히 여자를 결혼 후 남성의 집에 종속되는 '출가외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시가와 처가 호칭에 부계혈통 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호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높임표현이 주인 시가호칭…처가호칭은 남편 위주
아내가 남편의 부모를 부르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남편이 아내의 부모를 부르는 장인과 장모라는 호칭은 남성 중심 사회의 언어 잔재다.
아내는 결혼 후 남편의 부모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반면, 남편이 아내의 부모를 부르는 장인과 장모는 '어른'과 '어른 여자'의 뜻으로 그저 '어른'의 의미에 그친다. 아내와 남편 모두 '아버님'과 '어머님'으로 통일해 부르는 것이 좋다.
각자의 형제를 부르는 호칭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처가 식구를 부를 때 아내의 서열이 아닌 남편 '본인'의 나이를 기준삼는다. 아내의 손 윗사람인 오빠를 부를 때도 오빠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지만, 어리면 '처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내의 언니에겐 '처형', 여동생에겐 '처제'라는 호칭을 쓰는데, 높임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은 장인과 장모를 제외하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아니라면 처가 식구들에게는 높임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이에 반해 아내가 시가 식구를 부를 때의 기준은 '남편'또는 자식의 서열이 된다. 자신의 나이와 신분은 고려되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의 손 윗사람인 형과 누나에게 아주버님, 형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한다. 남편의 형과 누나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예외는 없다. 비공식적이지만 자식이 부르는 것처럼 삼촌, 고모라 부르기도 한다. 남편이 처가 식구를 부를 때 자신의 나이를 고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남편의 손 아랫사람에게도 높임 표현을 사용하는 건 마찬가지다. 남편의 남동생에게는 '도련님', 여동생에게는 '아가씨'를 사용한다. 아가씨는 '아씨'가 변형된 말로 '아씨'는 조선시대 하인이 젊은 부인을 부르는 호칭어였다.
전체적으로 시가 식구의 호칭은 대부분 '님'자가 붙는 높임 표현인 반면 처가 호칭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시가호칭을 변경할 계획은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부계혈통에서 비롯된 언어, 시대흐름 반영해 바뀌어야
하지만 언어가 문화 현상을 반영하고 가치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견에 따라 시가 호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혼과 독신이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 2016년 '아버지의 결혼한 동생'을 일컫던 '작은 아버지'가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서 '아버지의 동생'으로 바뀌기도 했다.
시가 호칭에서 도련님은 '시제', 아가씨는 '새동생'이라 부르자는 대안이 흘러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여성비하적 가족 호칭바꾸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김진선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언어는 부지불식간에 관념을 전파하고 또 강화한다"며 "성차별적 관념이 투영된 호칭은 다른 중립적 단어로 새로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 교수는 "시가와 처가의 호칭 차이는 부계혈통 사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언어상에서 성차별이 자리잡은 만큼 이는 고쳐져야 할 잔재"라고 말했다.
*참고문헌) 다시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 -조항범 저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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