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科別/불면증

우울증과 자살

天上 2019. 7. 22. 12:26
우울증과 자살

어제 오전에 갈말 가족 세 분이 방문하셨습니다.

한창 해와달 쪽지 편집기간인데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세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자매님의 간증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에 오신 자매님 중 한 분이 그 주인공이셨습니다.

경악했던 것은, 양쪽 손목 모두에,

심지어 목에도 분명한 흉터가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 어린 딸과 남편을 둔 이분이

심한 우울증으로 죽음을 갈망하다가

어느 날 마침내  집 욕실에서 한 쪽 손목을 그었는데

피가 쏟아지는데도 죽지 않으니까

다른 쪽 손목을 다시 그었답니다.

욕실 바닥이 피로 가득한데도 죽지 않으니까

마침내 자기 목을 그었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저는 그 끔찍한 광경이 눈에 그려져서

그 고백을 듣는 내내 몸서리를 쳤습니다.)


사람 목숨이 모질어 (사실은 하나님께서 살려주셔서)

퇴근한 남편에게 발견이 되어 병원으로 이송돼

엄청난 양의 피를 수혈받아야 했답니다.

극적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언제 또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르니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6개월이나 갇혀 있었답니다.

예전에 마음나누기에 이 자매님께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고백을 하긴 하셨지만

그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니 가슴이 아렸습니다.


얼마 전에 유명 정치인 정두언씨의 자살 소식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들 크게 놀랐습니다.

그 얼마 전엔 유명 탈렌트 전미선씨의 자살 소식이

또 우리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다 크리스천들이십니다.

심지어 정두언씨는 안수집사님이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 다 우울증 환자셨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병이 그 정도로 무섭습니다.

신앙의 힘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게 우울증인 것입니다.


어제 갈말본부에 모인 세 사람 모두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위의 그 자매님의 경우는 우울증으로 인해

실제로 그 끔찍한 자살을 실행에 옮겼던 분이시고,

또 다른 자매님도 현재 초기 우울증을 앓고 계셔서

얼마 전부터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신다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가까운 가족이 우울증을 앓고 계셔서

늘 노심초사해야 하는 분이셨습니다.


언젠가도 우리 갈말가족 중 정신과 전문의이신

panda/장재국 선생님께서 <우울증>에 대한 자세한 글을

마음나누기에 나누어 주셨지만,

그 동안 잘못 인식되어져 왔던 우울증에 대해

기독교계 안에서도 새로운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잘못된 태도와 인식을 가진 크리스천들이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인가 봅니다.

어제 오신 분 중 또 다른 자매님도

자기의 우울증에 대해 주변 크리스천들과 나눌 때

단순히 의지의 문제, 영적인 문제로만 해석하려 들고

또 그 관점에서만 조언과 충고를 해주려고 해서

요즘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으려고 하느냐,

하나님께 위로를 받아야지...."

언뜻 들으면 굉장한 신앙인의 조언 같은데

그런 식의 충고는 정말 위험한 조언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기에

참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드렸습니다. 


우울증에도 여러 양상이 있고, 그 원인이 다양합니다.

그러니 치료 방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당 수의 우울증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편, 어제 오신 갈말가족 A 자매님의 경우는,

그렇게 자살을 실행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후

약물  등의 도움으로 잘 유지하다가

2년째 되던 해, 참 기독교 복음을 통해

우울증으로부터 완전한 건짐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이분이 변화된 후, 어린 딸도 남편도

그 비참함 속에서 건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자매님의 양쪽 손목의 흉터를 보며,

베드로전서 2:9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을 어두움에서 불러내어

놀라운 가운데 들어가게 하신 하나님


그야말로 이 자매님의 경우는

<자살을 사모하던 칠흑같은 어둠의 세계>에서

이제는 <살아야만 하는 놀라운 빛의 나라>로

옮겨진 분인 것입니다.



우울증을 단순히 의지 박약의 문제,

신앙이 부족하고 약해서 생기는 문제 등으로,

혹은 귀신에 씌여서 생기는 영적 문제 등으로만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동시에 우울증을 단순히 신체적 어떤 물질  부족의 문제로만 해석해서

약물로만 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여기는 것도

잘못된 대처라는 사실을

A 자매님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약물이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인 태도를 완화시켜주고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우리 크리스천들의 경우는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한

근원적인 치유가 동시에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정두언 안수집사님이나 전미선 집사님의 경우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최진실 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 설교가 목사님도 그렇습니다.

분명히 크리스천들이었지만,

점점 악화되어 가는 우울증에 대해

올바른 도움을 받지 못한 분들 같아서 말입니다.

어쩌면 교회의 그릇된 우울증 인식이 이분들을

결국 그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갔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스스로 자신의 생을 스스로 끊으려 했다가

극적으로 소생함을 받은 주인공이

우리 갈말 가족으로 계시다는 것도

우리에겐 큰 은총입니다.

비슷한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분명 큰 도움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지기

  • 2019.07.20 오후 5:3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