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人間勝利

유일한도 그 따님도 막대한 유산을 가족에겐 물려주지 않았다

天上 2019. 10. 26. 08:42

유일한도 그 따님도 막대한 유산을 가족에겐 물려주지 않았다

조선일보 2019.10.26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일러스트= 이철원

오래전 내가 기업체 교육에 협조하고 있을 때였다. 울산 현대중공업 강의를 끝내고 서울로 오는 자동차 안에서 동승한 정주영 회장이 한 얘기다.

"김 선생, 나는 사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다녀보게 됩니다.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불교 국가들이 가난한 편이고,

유교 나라가 잘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독교 국가는 경제적으로 더 앞서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종교 사이에도 연관성이 있어서 그럴까요?"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불교는 소유욕을 부정하는 편이고 경제와 같은 세상일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탈세속적인 정신 가치를 추구해 왔다. 그에 비하면 유교는 더불어 사는 사회 윤리를 존중하며 경제 가치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기독교의 전통적 교훈은 '누구나 열심히 노력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유화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빈곤을 퇴치하며 인간적 삶을 돕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물질적 가치는 삶의 전부도 아니며 목적이 못 된다. 더 높은 가치를 위한 필수 과제라고 본다. 소유를 위한 재물이 아닌 베풀기 위한 재물인 셈이다.

내가 1962년 봄 학기 미국 하버드대학에 머물 때였다. 저명한 신학자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인 R 니부어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여러분은 선조와 선배들이 남겨준 혜택을 물려받아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부를 가지고 우리끼리 즐기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아메리카의 희망은 사라집니다. 가난한 여러 나라를 위해 그 부를 베풀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메리카는 자연히 더 풍요로운 부를 갖고 세계를 정신적으로 영도해갈 수 있게 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은 미국식 자본주의는 반드시 패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는 경제적으로 실패했고,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세계를 영도하고 있다. 그 근저에는 휴머니즘 경제 원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목적을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와 인간애가 살아 있는 경제는 영원하다는 것이 최고의 신념이다. 남북 간의 경제 격차가 그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인들이 유한양행 창설자인 유일한과 같은 기업 정신을 계승한다면 최선의 경제 가치를 누리게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가 보여준 기업과 경제관은 애국적인 기여 정신의 열매라고 생각한다. 유일한은 막대한 유산을 유가 족에게 남겨주지 않았다. 하나뿐인 아들을 대학 교육까지 책임졌을 뿐이고, 손녀에게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의 학비를 남겼다. 따님에게는 유한동산 관리를 맡겼으나 그녀도 주식 가격이 올라 얻은 100억원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헌납했다. 회사 경영권도 사회에 기여할 적임자에게 위임했을 정도였다.
나는 더 많은 경제인이 존경받는 애국심을 발휘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5/20191025015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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