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의 침 치료 원리

허리통증의 침 치료 원리

얼마 전에 침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발목을 삐었을 때 한 번의 침 치료로 그 자리에서 낫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또, 꽤 오래된 일이지만 7년 전, 미국에 갔을 때 허리를 다친 미국인이 나에게 침 치료를 받으러 왔었다. 그는 한두 번의 치료를 받은 후 왜 낫지 않느냐며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발목을 삐었을 때 단 한 차례의 침 치료로 낫게 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던 사람이나, 허리를 다쳐 한두 번 침을 맞고는 왜 낫지 않느냐고 다그쳤던 미국인은 나를 참으로 황당하게 했었던 사람들이다. 내가 침술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한 침술인들의 모임에 가입하여 그들과 함께 세미나 활동도 갖고 침술봉사도 다니고는 했었다.

그때 많은 침술인들은 침은 한 방으로 끝내는 의술이라는 사고방식들이 팽배해 있었다. 지금도 많은 침술인들은 물론이고 침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침술은 한 번으로 탁월한 효과를 나타나게 하는 의술이라는 심각하게 잘못된 생각들을 갖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침도 제대로 놓을 줄도 모르는 형편없는 침술인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며, 침술로 해결하지 못할 질병이 없다고까지 여기는 대책없이 무지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아마도 침술이 발달했던 시기부터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았을 것이며, 이것이 침술인들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침을 딱 한 번 맞아서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두통과 또는 급체를 했을 때, 구토, 설사, 급성의 근육통이나 복통 등은 한 번 또는 두세 번의 침 치료로 효과를 나타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질병의 경우는 만성화되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침 치료에 의해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어떤 질병들은 침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발목을 삐었거나 허리를 다쳤을 경우와 같은 외상으로 인한 질환은 한두 번의 침 치료로 절대 효과를 볼 수 없다. 외상이라는 질환은 인체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어 생긴 것이어서 손상된 조직(인대나 디스크의 파열 또는 근육의 찢어짐)이 침 한 방으로 고쳐질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무계한 발상이다. 외상에 의한 손상된 조직이 완전히 아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한 번의 침 치료로 삔 발목이나 다친 허리를 즉시로 고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상에 의한 손상된 조직을 원래대로 복구시켜주는 주체는 백혈구들이다. 백혈구들은 손상된 조직에 몰려들어 감염된 병원균의 제거와 손상된 조직을 제거한 후 새로운 조직을 재생시켜주는 일을 한다. 이렇게 백혈구들에 의한 치료과정을 흔히 자연치유라고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와 같은 자연치유과정을 밝히기 전까지의 옛날 의술인들은 손상된 조직을 어떤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치유가 되기 때문에 자연치유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저절로 치유가 되는 게 아니라 백혈구라는 면역세포들이 손상된 조직에 몰려들어 앞서 설명한 대로 복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외상의 경우 굳이 침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백혈구들에 의해 치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외상이 있을 때 침 치료를 하게 되면 외상으로 인한 통증을 없앨 수 있으며, 자연치유현상을 빠르게 진행하도록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이 침 치료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침이 어떤 질환을 직접적으로 치료해주는 것으로 믿고 있는 점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침은 한 번에 어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인데 이러한 믿음을 환자들이 가지고 있다면 무지의 소치로 여길 수 있지만, 스스로 침술의 대가라고 떠벌이는 사람들이 침은 한 번에 끝낼 수 있고 침이 인체 안에서 오묘하고 신비하게 움직이는 기의 작용으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그야말로 확신성이 없는 막연한 맹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그릇된 자만심이다. 이러한 막연한 신비감이 침술 그 자체를 신비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침을 어떤 자리에 꽂아 놓으면 침의 기운에 의해 기와 혈이 오묘하게 조화를 일으켜 치료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침술인들의 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허리를 다쳐 통증이 있을 때 침 시술로 치료가 되는 원리는 면역학과 신경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허리를 다쳐서 아플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허리 디스크라는 질환이기가 쉽다. 허리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라는 섬유성 조직이 손상되어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통증은 뇌가 손상된 조직으로 보내는 신호이며 손상된 조직, 즉 허리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유는 손상된 부위를 움직이게 되면 조직이 더욱 많이 손상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백혈구들은 인체가 활동하는 동안에는 억제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인체가 움직이지 않고 쉬어 있을 때 백혈구들이 활성화되어 외상으로 인한 질환 부위 또는 다른 질병 부위를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다. 외상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는 것은 이처럼 신경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치료를 위한 한 과정이다. 

실제로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백혈구들이 활성화되어 허리의 손상된 조직, 즉 찢어진 디스크 부위로 달라붙어 여러 백혈구들의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치료하게 된다. 청소부 백혈구는 찢어진 조직과 병원균을 제거해주고,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는 항체로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고, 또다른 백혈구는 새로운 조직을 재생시켜주는 등의 다방면에서의 백혈구들의 치료과정이 수행되는 것이다. 여기서 설명한 백혈구들의 치료활동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백혈구들은 손상된 디스크를 원래대로 복구하기 위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손상된 허리의 부위에 침을 꽂아 적절한 자극을 해주면 백혈구들을 몇 배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침을 허리로 침투시켜 자극하여 미세한 상처를 발생시키면 백혈구들의 입장에서는 침이나 미세한 상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백혈구들의 분열과 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허리 디스크는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도 백혈구들에 의해 치유가 되지만 치유되는 기간이 하세월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백혈구들에 의한 치유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이건 백혈구들에 의한 치유반응이 아니라 만성염증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침 치료가 필요한 것이고 침 치료를 하기 시작하면 백혈구들에 의한 치료기간을 확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침 치료는 백혈구들로 하여금 빠르게 치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침 치료에 의한 통증의 억제나 완화에 관한 신경학적인 원리이다. 허리의 통증은 뇌가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뇌가 보내는 신호라고 앞에서 설명했다. 이렇게 뇌가 보내는 통증신호를 침의 자극에 의해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즉, 허리에 침을 꽂아서 정교하게 자극을 해주면 앞에서 설명했던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키는 효과 외에 자극적인 신호가 척수 안으로 전해져 척수를 통해 내려오는 뇌가 보내는 통증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침의 자극으로 통증을 즉시로 멈추게 할 수 있는 효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침은 한 방이면 해결된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통증차단에 관해서 자세히 밝히기란 한두 마디의 설명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략하고 어떻든 침의 자극으로 척수를 통해 내려오는 통증신호를 멈추게 할 수 있으며, 이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환자를 잠시 통증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통증이 시작되는데 그럴 때마다 침으로 자극하여 통증을 차단함과 동시에 백혈구들을 활성화시켜 허리 디스크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어떤 환자는 침 자극으로 인한 통증의 차단 효과가 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침쟁이들은 허리가 아플 때 어느 경혈에 침을 꽂아야 되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침술을 배울 때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장유, 요양관, 신유, 지실, 질변, 위중, 곤륜 같은 곳들은 허리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경혈이라고 배우게 된다. 마치 영어를 배울 때 "I am a boy. You are a girl".이라고 배우듯이 말이다. 이런 말들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서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인 것처럼, 허리를 치료할 수 있다고 배웠던 경혈들도 마찬가지로 매우 형식화되어 허리통증을 치료하는 데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곳들이다.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을 배워야 하듯이, 침술로 허리통증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테크닉을 배워야 한다. 침을 찌르고자 하는 지점에서 어느 정도의 깊이로 자입할 것인지, 자극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침술의 기법이다. 그러므로 침술은 침을 놓고자 하는 곳에 단순히 꽂아놓는 것이 아닌 목표지점까지의 깊이로 침을 자입하여 반드시 기계적으로 자극을 해야 하며, 이럴 때 환자가 기계적 자극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즉 침으로 자극할 때 환자가 고통스러워 해서는 안 된다.

침의 자극을 환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자극이어야 한다. 환자를 편안하게 한답시고 침의 자극을 약하게 하면 효과가 없다. 자극은 강하게 하되 환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자극을 하는 게 테크닉이고 기술이다. 이러한 테크닉과 기술들이 백혈구들의 세포집단인 면역계를 활성화시키고 또한 신경계에 개입하여 허리통증의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테크닉과 기술은 우공이 개발한 TLS 침법이다.(2018, 3, 28) 

[출처] 허리통증의 침 치료 원리|작성자 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