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科別/뇌경색,腦卒中,뇌혈전

구당 김남수 선생, 중풍 모르면 당한다

天上 2020. 7. 21. 13:43

 

구당 김남수 선생, 중풍 모르면 당한다

 

중풍을 맞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손은 구부러져 꺾어지고 발은 질질 끌고 다니며 거기에 대

소변까지 못 가리게 된다면 살아서 무엇하냐고 그는 늘 말했다. 그러던 그가 약 10년 뒤 중풍에 걸려 발을 질질 끌면서 나를 찾아왔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꼭 고쳐 주시오.”

앓느니 죽겠다며 중풍 환자를 안쓰러워 하더니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던가 보다. 중풍은 고약스러워 얼른 죽지도 않고 쉽게 낫지도 않는다. 그래서 중풍은 가족보다 환자 본인이 집을 팔아서라도 고쳐 보겠다고 애를 쓰게 만드는 병이다.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면 완전히 고칠 수 없는 거 몰랐어요?”

“그래도 이번이 처음이니까 두 번, 세 번 맞은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처음이라니요? 손발을 못 쓰게 되면 최소한 두 번 이상은 풍(風)을 맞은 겁니다.”

 

처음에 중풍은 가볍게 온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지나는 수가 많다. 또 이상을 느낀다 해도,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워 지나치고 만다. 처음에는 정신을 잃고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없이 서서히 오는 것이 보통이고 증상이 다소 심해도 대개 일 주일 이내 회복이 된다.

그러나 두 번째 중풍을 맞으면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가 된다. 깨어나도 팔을 못 쓰고 다리를 질질 끄는 반신불수가 된다. 진짜 큰 문제는 세 번째 중풍이다. 중풍에 두 번 적중되면 불편하지만 걸을 수도 있고 말도 할 수 있지만, 중풍에 세 번 적중되면 그야말로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누워서 꼼짝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게 된다.

 

내가 두 번째 중풍이라고 해도 그는 아니라고, 분명히 처음이라고 우겼다. 사람들은 자기 몸 귀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잘 생각해 보세요. 훨씬 전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운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는 놀란 듯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중풍(中風)이란 말 그대로 바람(風)에 적중(的中)되었다는 뜻이다.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며 몸을 상하게 하는 사기(邪氣)인 풍(風)에 맞았다는 말이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기척도 없지는 않은 법. 슬그머니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티가 나지 않을 수 없듯이 중풍이 다가올 때도 징조가 있게 마련이다.

 

우선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더 심해지면서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 그 다음에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마침내 토하게 되는데 토하면 끝이다. 토했다 하면 뇌의 혈관이 터졌거나 막힌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몸의 절반을 못 쓰게 된다.

“머리가 아팠을 때, 아니 어지러웠을 때, 그것도 아니면 메스꺼웠을 때 왔으면……. 늦어도 토하기 전에라도 막았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을…….”

나는 안타까웠다. 토하기 전에, 메스껍기 전에, 어지러워지기 전에, 머리가 심하게 아팠을 때 침을 맞았다면 이렇게 암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평소에 뜸을 떴다면 중풍 최초의 증상인 두통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모르면 당한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쉽고 효과적인데 그러려면 제 몸에 대해,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는 고쳐 달라고 사정을 했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낫게 해 달라고 애원을 했다. 하지만 애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중풍에는 완치가 없습니다. 더 나빠지지 않게, 세 번째 재발하지 않게 할 수 있을 뿐이에요.”

세 번째 중풍을 맞으면 죽거나, 살아난다고 해도 전신마비가 되고 그 상태로 대개 3년을 넘기지 못한다. 자리에 누워 10년을 살았네, 15년을 살았네, 하지만 두 번째 중풍으로 3~5년, 세 번째 중풍으로 3년 정도 해서 보통 5~6년이다.

 

나는 매달리는 그가 측은했지만 헛된 희망을 주기보다 현실을 인식시키는 편이 옳다고 판단했다.

“아주 오랫동안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워질 수는 있습니다. 전에 8년을 치료해서 정상인과 거의 다름없이 돌아간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우선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시 재발해 한 번 더 쓰러지면 끝입니다. 차라리 끝이라면 깨끗하기나 하죠. 누워서 대소변 못 가리면 그 고생은 식구들 차지예요. 중풍을 병 중의 왕이라고 하는 건, 얼른 죽지도 않고 빨리 낫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식구가 열이면 열 명 모두 등 돌리고 싶게 만드는 병이 중풍입니다. 그러니까 조급하게 완치에 매달리지 말고, 재발되지 않는 쪽으로 치료를 하세요. 그게 자기도 위하고 식구도 위하는 길입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완치만을 기대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고 세상이 허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허망하긴 나도 마찬가지 였다. 의술자에게 방법이 없다는 말 한마디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쉽지 않은 말이다.

중풍은 뇌(腦)에 이상이 생긴 병이라 고치기 어렵다. 뇌(腦)는 오장육부(五臟六腑)와 달라, 탈이 났을 때 다른 사람의 장부(臟腑)로

바꾸거나 인공 장치로 대체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뇌 기능이 정지하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하며 뇌사(腦死)라고 부르고 장기

이식을 하기도 하지 않는가.

 

중풍은 크게 두 가지이다. 터진 것과 막힌 것. 뇌의 혈관이 터져서 뇌 속에 출혈이 되는 경우와, 뇌의 동맥 중 일부분이 막혀서 그 부위의 뇌 세포가 죽어 버리는 경우이다. 몸의 절반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같아 보이지만 그 속은 완전히 다르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에 비해 갑자기 발생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뇌출혈은, 그 출혈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대개 의식에 장애가 생기고 가슴속이 불편하며 토하거나 경련을 한다. 뇌출혈이 일어나는 부위는 대부분 대뇌와 소뇌, 대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뇌간(腦幹) 한가운데에 있는 교(橋)이다.

 

대뇌에서 발생한 출혈에는 외측형과 내측형이 있다. 외측형 출혈은 대뇌피질에서 운동 신경 섬유가 모여 아래로 내려가는 내포(內包)라는 부위보다 바깥쪽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이 내포보다 안쪽에 출혈이 일어나면 내측형 출혈이다.

외측형 출혈이 발생하면 출혈된 반대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극심한 두통이 생기며 가슴속이 불편하고 답답해지며 토한다. 곧이어 의식이 희미해지는데 출혈된 양이 많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눈이 좌우 어느 한쪽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모양으로 고정되기도 한다.

 

출혈된 부위와 반대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것은 운동을 주관하는 선유(線維)가 대뇌에서 나와 척수로 내려가는 도중에 뇌와 척수의 경계인 연수(延髓)라는 곳에서 교차되기 때문이다. 출혈의 양이 적으면 의식이 비교적 쉽게 회복되고 마비도 비교적 수월하게 풀린다. 그러나 출혈된 혈액의 양이 많거나 파열된 부위가 뇌실(腦室)이면 생명을 잃는 수가 많다. 또한 목숨을 건진다해도 마비된 쪽 반신에 지각 이상이 생긴다. 간혹 두 눈이 좌우 어느 한쪽으로 절반씩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마비된 반신이 오른쪽이면 두 눈 모두 시야의 왼쪽 반이 보이지 않는 식이다. 또한 왼쪽 대뇌에 출혈이 생겨 왼쪽 반신을 못 쓰게 되는 경우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실어증이 생기고 말을 한다 해도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내측형 뇌출혈은 뇌의 깊숙한 부위인 시상(視床)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외측형 출혈과 대체로 비슷한 증세를 보이지만 초기에 구토를 많이 하고 의식 장애가 더 심하며 간혹 고열이 발생한다. 눈은 코끝을 보는 것처럼 가운데 아래쪽을 향해 고정되고 위쪽을 보지 못하며 눈에 빛을 비추어도 동공이 수축되지 않는다. 그리고 출혈이 뇌실로 터져 나올 확률이 높아 외측형보다 훨씬 위험하다.

소뇌 출혈은 의식을 쉽게 잃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혈압이 높아지고 머리가 몹시 아프며 어지럽고 구토를 한다. 누워 있는 상태로 손발을 움직여 보면 움직이지만 일어서거나 걸으려고 하면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수십분에서 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양쪽 손발이 마비되고 의식 장애가 발생한다. 눈은 어느 한 방향(마비가 일어난 반대쪽)을 응시하고 한 쪽 눈시울이 굳어지며 두 눈의 동공의 크기가 달라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 사망한다.

 

뇌출혈이 일어났을 때 가장 위험한 부위는 교(橋)이다. 대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뇌간의 한가운데 있는 교(橋)는 위아래로 이어진 신경 섬유가 밀집해 있고 뇌신경 세포와 소뇌를 연결하는 길이며 의식을 주관하는 부위의 하나이다. 교(橋)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즉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지가 모두 마비되고 높은 열이 나는 수가 많다.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고 쓰러진 직후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되다 이내 떨어지지만 호흡에 이상이 발생한다. 교(橋)에서 출혈이 발생한 환자는 출혈이 발생하고 2~3일 이내에 거의 숨을 거두며 사망률이 매우 높다.

 

그 밖에 뇌를 싸고 있는 세 겹의 막 중 가운데 막인 지주막(蜘蛛膜) 아래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선천적으로 동맥의 혈관벽에 생긴 거친 부분이 혈압이나 노화 등으로 더 거칠어져서 불룩하게 주머니 모양이 되었다가 심해지면 파열되는 것이 지주막하출혈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지주막하 출혈은 갑작스러우면서 극심한 두통이 특징인데 두통이 어찌나 심한지 환자들은 도끼로 머리는 내리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쓴다. 혈관이 터지기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며 경련이 일어나는 수도 있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 표면에 일어난 출혈이므로 신경 마비 등의 증상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출혈된 혈액이 몰려 혈관이 주머니처럼 불룩해진 혈종(血腫)이 뇌를 압박하거나 뇌혈관이 오그라들었다 늘어지면서 뇌의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하면, 반신이 마비되거나 실어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혈관이 불룩해져 신경을 압박하면 출혈이 되기 전부터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지주막하 출혈은 의식 장애가 적은 편이지만 혼수상태가 되었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다.

 

한편,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혈관이 터진 뇌출혈과는 진행과정이 아주 다르다. 동맥이 막히는 뇌경색은 크게 두 가지이다.

혈전(血栓)과 색전(塞栓)인데, 혈전(血栓)은 동맥 자체에 병이 생겨 동맥이 막히는 것이고 색전(塞栓)은 동맥 자체에는 이상이 없으나

심장 이상으로 생긴 핏덩어리(혈전)나 동맥경화로 생긴 혈전, 동맥 속으로 잘못 들어온 공기 방울, 지방 등이 뇌동맥으로 흘러 들어와

혈관을 막아 버린 것이다.

 

뇌혈전은 전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나 날이 밝아 일어나려고 할 때, 한쪽 손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갑자기 마비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 몇 분 또는 몇 시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뇌출혈과는 달라서 의식 장애가 없거나, 있어도 가벼운 경우가 많다. 두통과 구토 증상 역시 있어도 약한 편, 경우에 따라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다.

 

뇌경색은 뇌출혈에 비해서는 덜 위험하지만 큰 뇌동맥이 막히면 혼수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에 뇌색전증은 아주 갑작스럽게 몇 초에서 몇 분 사이에 증상이 끝나고 만다. 의식이 흐려지고 경련도 뇌혈전증보다 자주 일어난다. 뇌혈전증이나 뇌색전증이나, 동맥이 막혀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뇌 부분이 괴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동맥

이 막혔느냐에 따라 증상이 여러 가지이나 한쪽 마비를 나타내는 경우가 가장 많다. 역시 혈액이 가장 많이 흐르는 가운데 대뇌동맥에 탈이 나기 쉽기 때문에 반신불수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중풍은 일단 터졌거나 막히면 어려워진다. 병원에 입원했어도 억지로 퇴원 당할 수밖에 없고 다시 입원하고 싶어도 받아 주지 않는 병이 중풍이다. 어떤 의사도 어떤 한의사도 중풍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침과 뜸은 다르다. 완치는 할 수 없다 해도 꼼짝 못하고 누워서 대소변도 못 가리는 환자를 일으켜 세운다. 혼자서 화장실을 다닐 정도로는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 정도가 한계라 할지라도 침과 뜸을 포기하지 않으면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 식구들 고생은 덜 시킬 수 있다.

 

중풍은 몸에 기(氣)가 부족해서 허할 때 온다. 기운이 왕성하면 혈압이 높아도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지 않는다. 그러니 중풍 치료는 기운을 북돋아 주면 된다. 혈(血)을 조절해 기운이 나게 하고 만성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역시 뜸이 최고다.

중풍을 치료하는 혈(穴)로는 우선 백회(百會)혈을 들 수 있다. 머리 위에, 양(陽)의 기운이 만나는 백회(百會)혈은 아래로 가라앉는 양기(陽氣)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귀 앞쪽에 있는 곡빈(曲 )혈이다. 곡빈(曲 )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옆면으로 흐르는 담(膽)의 경락(經絡)인 족소양담경(足小陽膽經)을 소통시켜 주고 기운을 북돋운다. 어깨 한가운데에 있는 견정(肩井)혈은 치밀어 오르는 기운을 내리고, 넓적다리 바깥쪽 가운데 풍시(風市)혈과 바깥쪽 복사뼈 위에 현종(懸鐘)혈은 힘줄과 뼈를 강하게 한다. 무릎 바깥쪽 아래에 삼리(三里)혈은 맑은 기(氣)는 올리고 탁한 기(氣)는 내리게 하여 소화(消化)를 돕고 다리의 힘을 강하게 한다. 팔오금 주름살 끝에 곡지(曲池)혈은 기(氣)가 잘 통하고 혈(血)이 잘 흐르게 도와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

 

이들 백회(百會), 곡빈(曲 ), 견정(肩井), 풍시(風市), 현종(懸鐘), 삼리(三里), 곡지(曲池)는 중풍의 7대 요혈(要穴)이라 부르는 혈(穴)

로 중풍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한편, 혈관이 막힌 뇌경색일 때는 곡빈(曲 ), 풍시(風市), 현종(懸鐘) 대신 뒷머리뼈 아래 풍지(風池)혈로 머리에 몰린 사기(邪氣)를 없애고, 일곱 번째 목뼈 아래 대추(大椎)혈을 써서 몸 전체의 양기(陽氣)를 소통시키고, 팔목 안쪽에 있는 간사(間使)혈로 뭉친 혈을 풀어낸다.

 

여기에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되는 치료점이 있다. 중풍으로 마비가 온 반대쪽 머리를 더듬어 만져 보면 말랑말랑하거나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바로 그 자리가 아시혈(阿是穴)이다. 그 자리에 반드시 뜸을 떠야 한다. 뜸을 뜨고 나면 머리 아픈 것이 가라앉는다.

반신불수가 되어 팔이나 다리가 오그라든 경우에도 방법이 있다. 팔꿈치가 오그라들면 팔오금 안쪽 한가운데에 있는 곡택(曲澤)혈로 풀 수 있고, 팔목이 오그라들었으면 손목 안쪽 주름살 한가운데에 있는 대릉(大陵)혈로 풀 수 있다. 오금이 오그라들었으면 무릎 안쪽에 있는 곡천(曲泉)혈로 풀 수 있고, 발목이 오그라들었으면 안쪽 복사뼈 뒤에 태계(太谿)혈로 풀 수 있다. 손가락이 오그라들었으면 손가락 사이사이에 침을 놓는 팔사(八邪)혈로 풀고 발가락이 오그라들면 발가락 사이사이에 침을 놓는 팔풍(八風)혈로 푼다. 언어장애가 있으면 턱 아래에 있는 염천(廉泉)혈과 손목 안쪽 에 있는 통리(通里)혈을 쓰며, 피부가 둔하면 둔한 곳에 침을 놓아 마비를 풀어 준다.

 

어떤 병이든 가장 중요한 치료는 잘 먹게 해 주는 것이다. 잘 먹고 힘이 생기면 병은 낫는다. 그러니 배에 위(胃)의 기(氣)가 모여드는 자리이고 위(胃)의 기능을 높이는데 중요한 중완(中脘)혈에 뜸을 떠 잘 먹고 잘 소화하게 해준다. 먹었으면 잘 내보내야 하니 배꼽 아래 기의 바다인 기해(氣海)혈과 원기(原氣)가 모이는 관원(關元)혈에 뜸을 떠서 맑은 기(氣)는 모으고 탁한 기(氣)는 내보내게 한다. 그리고 등에 있으면서 폐(肺)의 기(氣)가 흘러드는 폐유(肺兪)혈, 간(肝)의 기(氣)가 흘러드는 간유(肝兪)혈, 신(腎)의 기(氣)가 흘러드는 신유(腎兪)혈에 뜸을 떠서 폐(肺)와 간(肝)과 신(腎)의 기능을 높여 주면 혈압이 조절되고 몸에 힘이 생겨 재발을 막을 수 있으며 병도 회복된다.

 

그는 묵묵히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얼굴에는 크게 낙담한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 나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찾아와 완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는데, 완전히 고칠 수는 없다는 내 말에 맥이 빠진 모양이었다.

나는 낙담해 있는 그를 위로해 줄 겸해서 뜸자리를 하나 더 잡았다. 무릎 바깥쪽에 있는 양릉천(陽陵泉)혈에 뜸을 떠 금방 근육에 힘이 생기게 해 주었다.

 

“자, 뜸을 떴으니 바로 힘이 나실 거예요. 한 번 일어나 걸어 보세요.”

 

시큰둥하게 일어선 그는 마비된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디뎠다. 걸음이 아주 가벼워져 있었다. 그는 금방 표정이 밝아졌다.

“아니, 이것 좀 보세요. 당장 이렇게 손발이 부드러워지고 가벼워졌어요.”

그는 손발을 자꾸 움직여 보며 나를 쳐다보았다. 치료를 받자마자 이렇게 큰 효과를 보았으니 완치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 그렇게 묻고 싶은 눈치였다.

 

침과 뜸은 한 번만으로도 금방 효과가 나타난다. 치료 받기 전에 비하면 마치 병이 다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효과와 완치는 다르다. 만성병, 오래 앓아온 병은 오래 치료해야 낫는다. 일례로 한 달을 치료해야 완치되는 병이 있다고 치자. 이런 병은 2~3일 만에 70%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문제는 남은 30%이다. 남은 30%를 치료해야 완치인데 30%를 치료하려면 한 달 중 27일은 족히 걸린다. 이렇듯 만성병을 완치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며칠 동안 혼자 속으로 기뻐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더니 정확히 5일째 되는 날, 왜 더 낫지 않느냐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중풍은 뇌의 탈이라 중풍 환자는 어린애처럼 참을성이 없어지고 툭하면 투정을 부린다. 병을 얼른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야 나도 마

찬가지이다.

“여기 다니기 전보다 팔다리가 훨씬 가벼워지고 힘도 생겼잖아요. 중풍은 쉽게 낫지 않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음 날 그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 아마 어디에 누가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에 쫓아갔을 것이다.

약 석 달 뒤, 그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그동안 병원에도 다시 가보고, 한의원에도 가 보고, 특효약이라는 것도 먹어 보았다고 했다.

 

그러다 침으로 3일 만에 완치시켜 준다는 곳을 소문으로 듣고 찾아갔는데 침을 얼마나 아프게 놓는지 죽을 뻔했다고 넋두리했다.

“제가요, 침 맞을 때 너무 아파서 침 놓는 사람한테 뭐라고 소리질렀는지 아세요?”

“뭐라고 하셨게요?”

“너, 이렇게 아프게 침 놓고도 내 병 못 고치면 죽을 줄 알아, 그랬어요.”

 

나는 크게 웃었다. 얼마나 아프면 그랬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다. 모르면 당한다. 침의 기본을 모르면 아픈

침을 만나도 아무 소리 못하고 당한다. 중풍이 오는 징조를 모르면 그대로 당하고 중풍을 예방하는 뜸을 몰라도 당한다. 중풍이 왔다

갔는지는 혀를 입 밖으로 내밀어 보면 한 번에 알 수 있다. 풍을 맞은 사람은 혀가 한쪽으로, 즉 힘이 있는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다.

어지럽고 메스꺼웠는데 중풍이 아닌지 궁금하다면 혀를 내밀어볼 일이다

 

 

 

[출처] 구당 김남수 선생, 중풍! 모르면 당한다|작성자 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