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구경험방 필사본.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조선의학서 중 최고로 꼽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동의보감은 책 맨 뒤에 침구편을 별도로 두었는데 여기서는 침구이론과 경혈을 중심으로 논하고, 질병별 침구치료에 대한 내용은 각 편에 분산 기록하는 이중 구성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약물과 침구를 병행해 종합적으로 치료하기에 편리한 점이 있지만 분량상 동의보감 전체에서 침구관련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즉 동의보감은 종합의서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다분히 약물을 위주로 쓰면서 침뜸치료는 보조로 사용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침과 뜸만 전적으로 논한 침구경험방은 실제 침구치료에 써먹을 수 있는 간결성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 침구서를 지향한다.

침구이론의 요약 및 질병별 침뜸치료에 대한 임상경험을 최대한 살리면서 서술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침의(鍼醫)였던 허임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거의 동시대에 연이어 나온 두 책은 각기 침구이론과 임상에 나름의 체계를 가지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즉 각자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마치 궁합이 잘 맞는 한 쌍의 부부와 같은 침구문헌인 셈이다.

 

침구경험방은 우리나라 의서로 해외에서 간행된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다.
대략 17세기 말∼18세기 초 조선에 유학 왔던 일본 오사카 출신의 의사 산천순암(山川淳菴)은 당시 조선의 의가들이 침구를 중시하는 것과, 그들이 한결같이 허임의 침구방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조선의 침구학이 당시 중국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다고 하면서 조선침구학을 높이 평가한다.
후일에 그는 ‘침구경험방’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가며, 이를 바탕으로 1725년 일본판 침구경험방을 간행한다. 이후 약 50년 뒤인 1778년에도 간행됐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