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미친 사람들

天上 2018. 3. 2. 12:21

미친 사람들 신보선의 우공침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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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에 코미디언 같은 목사가 있다. 설교를 할 때 코미디언처럼 말을 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코미디언 같다라고 하는 것이며 그 덕분에 그는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요즘은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여 그의 재담을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말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것도 커다란 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 할 때가 종종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의 강하게 끌리게 하는 흡인력이 있기 때문에 종교지도자가 이런 재주를 가졌다면 엄청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떻든 코미디언 같은 목사의 설교를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남들로부터 미친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말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설교였다.

여자들이 백화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고가의 의류에 혹하여 덜컥 사놓고는 '참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구입하게 되어 기쁘구먼!'하는 생각이 들면 참 잘한 짓이며 따라서 정신상태가 정상이지만, 반면에 '으이그 내가 미친 년이지! 이렇게 비싼 옷을 사다니... 미쳤어! 미쳤어!'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며 정신상태 또한 미친 것이라고 여기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저질러 놓고 자신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일은 올바른 일이지만, 미쳤다는 생각이 들면 잘못된 일이므로 얼른 그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남들로부터 "저 사람 미친 사람이야!"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코미디언 같은 목사가 익살을 떨며 늘어놓았을 때 많이 웃었었는데 글로 표현하려니 평범한 말이 된 것 같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이 늘어 놓으면 재미있고 웃기는데 나같은 사람이 하면 평범한 말이 되고 만다. 그러나 내가 이 글에서 미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웃기자고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웃기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

코미디언 같은 목사의 미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심으로는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하면 보통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말과 행동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나, 어떤 일에 목숨을 걸고 매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미친 사람'이라고도 한다. 코미디언 목사의 설교는 계속된다. 밤낮 술만 마시며 농땡이만 피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고 "저놈 미쳤나벼!" 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친구로부터 "나랑 같이 교회 안 다닐 껴?"라는 제의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쳤냐? 내가 교회를 왜 다녀?"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미친 사람이라고 듣는다면 바람직한 일이니 미쳐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는 이윽고 내가 기대했던 말들을 꺼냈는데 어떤 일을 할 때 이왕이면 미쳐서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미친 사람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행동이 남다르거나 지나치게 되면 미쳤다는 소리를 곧잘 듣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남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연예, 문화, 예술, 학문 등의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몇몇 안 되는 특출한 인물들은 그들이 남다른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남다른 노력이란 그가 노리는 분야에만 죽기살기로 매달려 매진할 수 있는 끈기를 말하며 이러한 행동이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미친 짓으로 보이는 것이다.

초등학교가 최종학력인 내 고향친구는 남들처럼 평범한 농사를 짓다가 우연한 계기로 난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전국의 산을 뒤지며 야생난을 채취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난으로 다시 키워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는 야생난을 산에서 캐어다 다른 난과 접목하기도 하고 교배를 통한 잡종에서 희귀한 난을 생산하여 상품의 가치를 높여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친구가 평범한 농사짓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 집의 한 구석에 온실을 만들어 오로지 난을 캐어다 난을 키우는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동네 사람들 모두가 '미친 놈'이라고 손가락질 해댔다. 농삿일라고는 전혀 돌보지 않고 더구나 농촌에서 한창 바쁠 때는 품앗이를 하며 서로 돕고 사는 것을 도리로 여기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도 전혀 하지 않고 난 채취와 난 키우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친구를 두고 동네 사람들은 '몹쓸 놈 미친 놈'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렸던 것이다. 농촌에서 평범한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평범한 농삿꾼들의 눈에는 난을 키우는 친구를 정상적으로 보아줄 수가 없었다. 특히 그의 형은 난에 미친 동생을 보다 못해 내쳤는데 내쫓긴 친구는 버려진 폐가에 난실을 만들어 난을 키우는 일에만 열중했던 것이다. 그렇게 20년 동안 난에 미친생활을 하더니 동네 모두가 부러워 하는 난의 전문가, 난으로 돈을 번 부자로 통하고 있다.

얼마 전에 고향을 다녀왔다. 고향에는 호형호제하며 아주 각별한 사이로 지냈던 형님이 계셨었는데 오래 전에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 형님의 아들인 P 군이 도회지 생활을 접고 귀농하여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P 군은 포도를 남들과 달리 친환경 농삿법의 재배를 꿈 꾸고 있다. 즉 화학 비료는 물론 화학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시작 단계부터 그의 꿈이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농약을 살포하지 않자 포도 나무에는 온갖 벌레들이 득시글거렸고 이 모습을 본 P 군의 어머니는 "친환경 농삿법인지 지랄인지 당장 때려치워 미친 놈아"라는 성화에 P 군은 방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들 모자간의 모습을 본 난을 키우는 친구가 안타까워 했다. 농사를 짓는 일도 고집이 있어야지 우유부단해서는 죽도밥도 안 된다고 뼈가 있는 한 마디를 내뱉았다. P 군이 내가 머물고 있는 산골짜기 외딴집으로 달이 밝게 비추는 날 저녁에 찾아왔다. P 군과 나는 마주 앉아 3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나눴다. P 군의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P 군은 나를 삼촌이라 불렀고 그 때는 겨우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37세의 나이로 나와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어른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이미 농촌을 떠난지 오래 되었고 농삿법을 거의 모른다. 그래서 만만치 않은 농촌생활에 번민하고 있는 P 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어떤 일이든 미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 뿐이었다. 나의 이런 말에 P 군은 상당히 고무되는 듯했으나 정말 그가 '미친 놈'이 될지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고향 마을엔 나보다 3살 연배인 선배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산에다 장뇌삼을 파종하여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내가 작년에 이 선배의 산을 찾아갔을 때 장뇌삼을 심어놓은 산의 면적이 너무나 방대하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그 방대한 산에다 울타리며 도둑 방지를 위한 최첨단의 방어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가 산에다 장뇌삼을 심고 울타리와 방어시스템을 설치할 때 동네 사람들이 '미친 놈'이라고 모두들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내가 보아도 그 방대한 산에다 장뇌삼을 심는다는 것은 미친 짓으로 보였다. 그는 누가 뭐라고 하든 매일 산에 올라 장뇌삼 돌보는 일에만 신경을 썼고 8년이 지난 지금은 장뇌삼들이 거의 다 생장하여 수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장뇌삼 한 뿌리에 5만원에서 10만원이라니 넓디넓은 산에서 자라고 있는 장뇌삼들을 돈으로만 따져도 그 액수가 얼마인가? 물론, 그가 광활한 산에 장뇌삼을 심는 과정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고충과 어려움이 있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전라남도 광양군 다압면의 섬진강 주변에 매실 나무로 유명한 곳이 있다. 해마다 봄이 올 무렵이면 여기서부터 봄 소식이 전해져 오는 곳이기도 하다. 드넓은 산자락에 숲을 이루고 있는 매실 나무들이 일제히 매화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그 모습이 장관이다. 게다가 매실을 발효시키는 수천 개의 항아리들이 놓여 있는 모습 또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주인은 키가 작은 노인의 여성이며 과히 여장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다. 그녀가 그 곳으로 시집을 갔을 때는 시아버지가 심어 놓은 밤나무로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걸 모두 캐내고 매실 나무로 심었다는 것이다. 밤나무를 캐내고 매실나무를 심는 며느리를 보고 시어버지는 "미친년이 들어와 우리 집안 망하게 하고 있다"며 매일 꾸짖으며 욕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개 보잘 것 없는 시골의 여인이 수십 년 동안 매실 나무 가꾸기에만 미쳐있다보니 지금은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명승지로 변했고, 매실로 매실 엑기스를 추출하는 붐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한 선구자적 장본인이기도 하다.

나에게 침술을 배웠던 30대 후반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일류 대학인 Y 대학을 졸업했고 K 대학의 한의예과를 졸업했다. 국내의 어느 병원에서도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질환으로 고통받던 그녀가 학원사업을 접고 한의과 대학을 나와 한의사로 변신하여 자신의 병을 고쳐보려 했으나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를 지켜 보던 그녀의 언니가 한 무당에게 점을 보니 아버지의 귀신이 붙어서 그런 것이라며 굿을 해서 아버지의 귀신을 떼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무당에게 점을 보았던 일을 동생인 그녀에게 이야기 하자 무당의 그런 헛소리를 믿느냐며 노발대발했다. 6개월 후 그녀의 몸이 점점 나빠지자 언니는 또 다른 무당집으로 가서 점을 보니 그 곳에서도 전에 보았던 무당이 한 말과 똑 같은 말을 했다. 언니는 여동생인 그녀를 겨우겨우 설득하여 거금을 들여 굿을 하기로 하고 그녀와 함께 무당집으로 가자 무당이 그녀를 보더니 "신을 떼지 말고 부려먹으면 큰 돈을 벌겠구먼"이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무당이 되라고 한 것이다. 이 말에 기분 나빠진 그녀는 되돌아서려 했으나 언니의 간곡한 만류로 결국 굿을 했고 어찌어찌하다보니 그녀는 무당이 되었던 것이다.

무당이 된 그녀는 세상을 살면서 답답한 일이 생겼을 때, 이를테면 잘 되던 사업이 꼬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삐걱거리는 문제, 자식과의 갈등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의 카운셀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을 잘 듣고 있노라면 해결책이 척척 떠오르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해서 그녀를 찾아온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교육심리학을 깊게 공부한 적이 있어 이런저런 문제로 답답해 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이 무당으로 변신한 그녀를 두고 '미친년'이라고 수근댄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무당으로서의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비록 그녀가 무당이기는 하나 다른 무당과는 차별화된 고차원의 지적 능력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답답함과 고민거리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녀는 더 나아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주기 위한 한의사로서의 임무를 하기 위해 나에게 침술을 배웠다. 그녀는 무속인으로서, 아니 인생 상담 전문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답답한 인생 길에서의 등불 역할을 하며, 한의사로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보살피기도 한다.  

미친 놈, 미친 년이라는 말은 듣기 거북한 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가 미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미치지 않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을 할 수가 없다. 성공은 반드시 미쳐 있는 사람에게 찾아 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스티브 잡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1%의 아주 특별한 사람들은 뭔가에 미쳐서 살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행복과 보람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남과 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남처럼 평범한 짓을 해서는 안 되며 미친 짓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그 소리가 듣기 싫다면 당신은 평범하게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4, 5, 17)   

[출처] 미친 사람들|작성자 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