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한국을 떠나는 마음

天上 2018. 6. 14. 18:09

한국을 떠나는 마음 신보선의 우공침술


어제 새벽 5시에 서울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 마주 바라다보이는 동쪽 하늘이 아침 노을의 붉은 빛으로 짙게 물들어 있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새벽의 하늘은 무척 청명했고 하늘의 반 이상이 붉게 물든 노을로 채색되어 있었다. 절말 오랜만에, 아니 처음 보는 장면일지도 모를 붉은 노을 아래 펼쳐진 아파트촌과 주변의 숲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못해 환상적이었다.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 나의 모습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걷고 있다는 강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나는 지금 칠레로 떠날 날을 착잡하고 심난하고 울적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도 다녔었고 직장생활도 해보았고 그러면서 결혼하여 아내와 두 딸들의 가족이 생기기도 했지만, 변변한 집 한 채 가져보지 못한채로 서울 생활을 해왔었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여 작년 7월말에 이사를 했다. 서울에서 조금 벗어날 뿐이었는데 공기가 더 없이 맑았고 무엇보다도 아파트 단지의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울창한 숲들은 평소에 전원생활을 끔꾸던 나의 마음을 아주 흡족하게 해주었다. 더구나 달이 뜨는 날엔 검푸른 숲을 비추어주는 달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내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런 평온함과 집 장만에 대한 만족은 잠시 뿐이었다. 이사한지 3개월도 안되어 꾸준하게 이어지던 침술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을 다니는 두 딸들 때문에 아내의 돈벌이만으로는 생활이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작년 10월부터 금년도 3월까지 단 한 명의 수강생을 받지를 못했던 지난 6개월 동안, 쾌적하고 넓은 아파트 안에서 감옥보다 더 지독한 초조함과 외로움을 마주하며 지내야만 했다. 내가 바라다 보는 달과 숲은 더 이상의 평온함을 안겨주지 못했고 나의 가슴만을 아리게 할 뿐이었다.

 

결국 나는 지난 4월 초에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으며 그 때부터 나의 초조함과 외로움에 대한 모든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 칠레로 간다는 사실을 블로그에 올리자 침술을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수강생들의 수업료로 칠레로 가는 항공료를 해결했다. 원래는 아내가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기로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아내의 무거운 부담을 덜어주게 되었다. 

수강생들의 발길이 종전대로 이어지면서 나의 마음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며칠 남지 않은 7월에 한국을 떠나야한다는 현실이 다가올 수록 나의 마음은 착잡하고 심난하고 울적하다.

 

우선 가족을 떠난다는 것이 착잡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면서 새로 이사한 아파트와 주변 환경에 대한 만족감을 다시 느꼈지만 그 만족감을 얼마 누리지 못한다는 미련이 나를 울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상인 칠레로 나의 몸이 던지우는 것이 심난하다. 

이러한 서글픈 감정들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어제 새벽에 보았던 붉은 노을 아래 펼쳐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촌의 풍경은 한국이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풍경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이국적인 풍경을 보면서 문득 칠레라는 세계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칠레로 간다는 것에 대한 심난함이 신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나의 마음은 칠레의 내가 가야 할 곳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칠레 중부지방의 해안가 관광지라는 것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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