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칠레에서 우공이 전하는 소식

天上 2018. 7. 17. 08:13

칠레에서 우공이 전하는 소식

저는 지난 7월 7일 오후에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달라스를 경유하여 한국시간으로 7월 10일 오전 10시, 칠레 시간으로는 9일 오후 9시에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진 것은 미국 달라스 공항에서 칠레의 산티아고로 가는 항공기의 고장으로 인하여 12시간 가량 지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12시간의 비행끝에 미국의 달라스 공항에 도착하여 환승탑승구에서 산티아고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탑승시간이 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탑승이 지연되고 있었고 간간히 영어와 스페인어로 어떤 안내방송을 하는 것 같았으나 저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마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탑승객들이 탑승구쪽으로 몰려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습니다. 분명히 어떤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한데 언어가 소통이 안 되어 그 때의 상황에 대해서 갑자기 갑갑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두리번 거리며 한국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을 발견하고 접근하여 한국인이냐고 물으니 한국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때의 상황에 대해서 물으니 항공사 측에서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저녁 8시 20 분에 출발하려던 비행기가 다음 날 아침 7시 30분으로 지연되었으며 항공사에서 나눠주는 바우처를 받아 공항 근처의 호텔로 이동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탑승구에서 만난 한국인의 도움으로 바우처를 받아 공항밖으로 나가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새벽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랐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원래 출발하려던 시간보다 3시간이 지나서야 달라스 공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달라스 공항을 이륙한 후 10시간이 지난 오후 10시쯤에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심사를 받은 후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이번엔 마중을 나와야 할 사람이 보이질 않아 30분 동안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칠레의 김명식 선생께서 직접 공항으로 오지 못하여 현지인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이 보이질 않았던 것입니다. 가져간 휴대폰은 공항의 와이파이에 접속은 되었으나 어인일인지 카톡이 안 돼 연락할 수도 없고 난감해 하고 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다가와 영어로 나의 이름을 묻길래 이름을 말하자 저쪽에서 자기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국내선 출구로 나갔기 때문에 길이 엇갈려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아가씨를 뒤쫓아가니 거기에 김명식 선생과 마중나오기로 했던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래 김선생은 바쁜 일로 공항에 못나오게 되었는데 전날 달라스 공항에서 비행기 스케줄에 차질이 생겨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었는데, 이 메시지를 받고 김선생은 어쩔 수 없이 공항으로 나와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의 칠레로의 여행은 난항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김명식 선생과 함께 마중나온 현지인이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습니다.


공항에서 마중 나왔던 현지인 아들의 승용차에 올라 한국인 민박집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하여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려 꾸리꼬라는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김명식 선생의 가게겸 침술원이 꾸리꼬 시내에 있었는데 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5일을 머물며 몇몇 사람들에게 침을 놓기도 해보고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나 침을 놓을 때 환자들에게 물어봐야 할 말들을 스페인어 몇 가지를 교육받았으나 워낙 생소한 언어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꾸리꼬에서 5일을 보낸 후 지난 토요일 새벽에 김선생의 또 다른 가게가 있는 콘스티투시온이라는 해안가의 작은도시로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금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저의 블로그를 사랑하시는 독자분들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원래 제가 칠레로 꼭 오고싶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서울에서 침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7년을 넘게 안정된 삶을 살았었는데 작년 10월부터 지난 봄 3월까지 단 한 사람의 수강생을 받지못했고, 이러한 상황을 종종 안부전화를 해오는 칠레의 김명식 선생께 전하자 칠레로 올 것을 제안하여 마땅한 대안이 없어 오게 된 것입니다. 김명식 선생은 전에 저에게 침술을 배웠던 인연으로 알게 된 분으로 칠레에서 침술원을 두 곳에서 운영하면서 성공적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막상 칠레로 오는 비행기 표를 한달 보름 전에 예약을 해놓고 칠레로 떠나갈 날짜가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무척 힘이 든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심적 부담이 상당히 컸습니다. 제가 칠레로 떠난다고 하자 지난 6개월 동안 단 한사람도 찾아오지 않던 수강생 분들이 5월과 6월의 두달 동안에 많이들 찾아주셨습니다. 그 때 저는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다시 이어지면 칠레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데 하며 엄청 아쉬워 했습니다. 제가 칠레로 오기 전까지 침술 배우실 분들이 세 분이 더 계셨으나 일정이 허락치 않아 그 분들의 뜻을 이루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에 있는 동안 일년에 한 번씩은 한국을 나갈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 없다고 해서 우공 침술을 배우실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니 너무 실망들을 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칠레에 있으면서 침술을 더욱 연구하여 더 발전된 침술을 전수해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기타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몇몇 분들이 저의 침술을 배우기를 희망하셨던 분들이 계셨었는데 제가 현재 칠레에 와 있으니까 침술을 배우실 분들께서는 저를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제가 있는 곳은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4시간 거리인 해안가의 콘스티투시온이라는 휴양도시에 있습니다. 이곳은 계절적으로 겨울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늦가을과 같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 쌀쌀하지만 낮동안은 비교적 포근합니다. 겨우내 날씨가 늘 그렇다고 합니다. 이곳의 거리에는 노란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귤나무들이 심어져 있으며 산이나 언덕에는 푸른나무들이 정글을 이루고 있습니다. 길가나 공터에는 푸른 풀들과 민들레 같은 꽃들이 피어 있어 한국의 겨울과는 사뭇 다릅니다.


한국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제가 칠레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아직은 저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할 시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운영해야 할 침술원에 입성한지 이틀밖에 안 되었고, 마침 이 나라는 지금 지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연휴여서 침술원의 문을 열어 놓았는데도 찾아오는 내원객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언어입니다. 언어가 소통이 안 되면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침을 맞는 환자들에게도 제대로 시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명식 선생께서는 열심히 하다보면 시간이 흐른 뒤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며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으나 현재로서는 스페인어 배우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울적할 따름입니다.

조만간에 좋은 소식들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 저에게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데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