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피내침법, 사암오행침법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나서

天上 2018. 8. 16. 17:52

피내침법, 사암오행침법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나서


내가 칠레에 온지 겨우 한달이 넘었다. 내가 머나먼 칠레로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것은 나에게 침술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침술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안정된 생활을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수강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침술을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들을 마냥 기다릴 수만 없어 한달 전에 칠레로 오게 되었다. 칠레에서 침술원이라도 해볼 작정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칠레에서의 침술원은 나의 바람대로 활성화가 되질 않고 있다. 아침 7시 30분쯤에 가게로 나와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오지도 않는 환자를 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에서 이러고 있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우울한지 모른다. 가게에 자그마한 TV가 있기는 하지만 이 기계는 의사 소통이 안 되는 나를 심심치 않게 해주지는 못한다.


오늘은 8월 15일, 한국은 광복절이라 공휴일인데 이곳 칠레도 무슨 날인지는 모르나 공휴일이다. 그래서 가게의 점원이 쉬는 날이라 나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자니 단 1분의 시간을 보내는 데에도 너무 지리해서 미칠 것만 같다. 어떻게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낼 수 없을까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은 없다. 유튜브를 통해서 스페인어 강의 듣기, 영어 강의 듣는 것도 이제는 너무 지겹다. 그래도 유튜브를 보며 그나마 지겨운 시간을 죽이는 수밖에는 없다.


유튜브를 켜서 어떤 동영상을 볼까 하고 검색창을 누르자 검색창에는 이미 <침술강의>라는 표제가 저절로 떠 있었다. 그 표제를 클릭했다. 피내침법, 사암오행침법 등의 이미지들이 떴다. 피내침법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클릭하니 피내침법에 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멀끔하게 생긴 남자 강사의 모습이 나타나 거칠 것 없는 달변의 강의가 시작되었고 이런 말솜씨라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 강의는 45분짜리였는데 끝까지 보고난 나의 소감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피내침법은 아주 작은 사이즈의 침을 이용해 통증이 있는 지점에 포를 떠듯이 살짝 꽂아 놓는 방식인데, 피내침법의 작용원리를 되지도 않는 말들을 끌어다붙여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서, 사람의 입으로 말을 저런 식으로 꾸며댈 수도 있다는 능력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피내침법을 강의하는 강사는 경락설과 신경과학적인 용어들을 조합시켜 제법 그럴 듯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신경과학의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내가 듣기에는 정말 민망할 정도였다. 하나의 예를 들면, 그는 손 끝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은 말초신경계이고 등쪽에는 31쌍의 척수신경이 있으며 뇌에는 12쌍의 뇌신경이 있는데 이것들을 중추신경계라고 설명했다. 12쌍의 뇌시경과 31쌍의 척수신경은 맞는 말이나 이것들이 중추신경이라는 말은 틀렸다. 그리고 손끝의 신경이 말초신경은 맞는 말이나 그의 개념적인 설명은 완전히 틀렸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강의 처음부터 끝까지 터무니없는 설명들 뿐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신경학적인 용어들을 들먹이며 열강하는 모습이 보기에 딱했다. 차라리 그 강사는 신경과학적인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경락이론만으로 설명했더라면 나의 낯이 그렇게까지 뜨거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락설과 신경과학적인 현란한 용어들을 동원하여 강의하는 그의 달변에 신경과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들으면 그를 엄청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면서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코미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군데군데 찢겨진 신문을 보고 있는 바보에게 다가갔던 그의 친구가 신문에 무슨 기사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군데군데 찢겨진 신문을 보고 있던 바보가 기사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가수 홍길동이가 한강에 투신하여 평양에서 회담한 후 기온이 39도나 되어 차가 언덕 아래로 굴렀다."

라고 읽자, 듣고 있던 바보의 친구가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라며 찢겨진 신문을 보면서

"으이그 저 멍청이... 눈에 보이는 글만 읽으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지. 쯧쯧..."   

이 내용은 비록 코미디의 한 단편이지만 그냥 웃고 넘겨야 할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지식들이나 정보들은 앞에서의 바보가 읽었던 조각조각의 신문기사차럼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피내침법을 강의하는 강사의 머릿속에도 경락이론과 신경과학에 관한 용어들로 분별없이 이루어진 조각들이 그가 말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많이 알고있는 척하기 위해, 또는 전문가처럼 위장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들을 조금씩 뇌 안에 입력해 두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입력된 조각난 단편의 지식들을 말로 잘 꾸며내면 그럴싸한 말이 되는 것이며, 이런 말들을 문외한의 사람들이 들었을 때 감탄하게 될 수도 있다. 참으로 코미디가 따로 없다.


피내침법 강의를 그렇게 씁쓸하게 본 후 사암오행침법에 관한 동영상을 하나 더 보았다.

이 동영상의 강사 역시 신경과학적인 용어를 동원하여 오행침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었다. 침술을 강의하는 강사들이 굳이 신경학적인 용어를 들먹이며 설명하려고 하는 저의는 똑똑해 보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강사는 사암오행침법은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탁월한 침법이라고 운을 떼면서 오장육부를 지배하는 신경이 자율신경이라고 했다. 이말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오장육부를 지배하는 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들 신경들은 양쪽의 팔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설명을 신경외과 의사들이 들으면 얼마나 냉소적으로 대하겠는가? 왜냐하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는 척수에서 뻗어나와 척추의 신경절을 거쳐 내장들과 연결되며, 부교감신경은 뇌간의 12쌍의 뇌신경 중 10번째 뇌신경인 미주신경이 몸 안으로 유입되어 각각의 장기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팔다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사암오행침법의 강사는 자율신경계가 팔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팔과 다리에 있는 오수혈을 보사법으로 자극하면 오장육부의 모든 질환들을 기가 막히게 치료할 수 있다고 그야말로 맥락에도 맞지 않는 형편없는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칠레로 오기 직전에 나에게 침술을 배웠던 수강생이 내가 강의하는 내용을 유튜브에 올릴 것을 권유했었다. 그 수강생뿐만 아니라 나에게 침술을 배웠던 몇몇 수강생들이 나의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인터넷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나의 침술개인지도는 비록 개인지도형식이기는 하지만, 첫날의 수업에서 TLS 침법이 면역학적이고 신경과학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통증을 다스리고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됨을 내가 수십년 동안 공부한 대단히 정확하고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들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연유로 나에게 침술을 배웠던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나의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지식과 정보들을 공유하게 했으면 하는 희망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제안들에 공감을 하면서 시도해보려고 했으나 방법을 몰라 차일피일하고 있던 중에 마침 오늘 침술에 관한 두 개의 동영상을 보면서 침술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의 정확하고 체계적인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할 것을 서둘러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침술이 면역학적이고 신경과학적인 메커니즘으로 인체에 작용하여 치료효과가 나타나게 됨을 아래의 글 <허리 통증의 침 치료 원리>를 통해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설명하려고 쓴 글이니 많이들 읽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