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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무었을 남기고 떠나는가

天上 2020. 6. 9. 08:54

 

목사는 무었을 남기고 떠나는가

최근 개인적으로 아는 몇 목회자들이 은퇴했다. 큰 교회를 담임하는 분도, 아주 작은 교회에서 평생 사역하신 분도 계셨다.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는 지난 추수감사주일에 마지막 설교를 하고, 연고가 없는 경남 거창으로 떠났다. “이재철을 철저히 버려달라”면서 ‘거침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도행전 29장을 써 나가자는 말을 남겼다. 깔끔했다.
고령으로, 병으로 이 땅을 떠난 목회자들도 있다. 인간은 언젠가는 떠난다. 떠난 자리에는 무언가 남는다. 목회자들의 퇴장을 보면서 질문하게 된다. “목사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가.” 아니,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다른 직업군과는 구별되게 남기는 흔적은 무엇인가.

나는 이재철 목사의 떠남이 깔끔하고 신선했지만, 그것이 ‘목회자 이재철’의 흔적을 기억하는 표준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깔끔하게, 빈 배로 떠나는 것은 요즘의 현상에서는 존경받을 일이지만 그것은 목회자가 아닌 다른 직종의 사람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떠나면서 악취를 풍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맑은 향기를 풍기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분들도 많다.

목사는 ‘영원까지 이어지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다. 수많은 직종 중에서 ‘목회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를 던지기로 다짐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부르심이다. 하나님이 자신을 그 일(목회)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신한 사람만이 목사가 될 수 있다.

최근 별세한 유진 피터슨 목사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목사들의 목사’로 불린 영국의 윌리엄 스틸 목사는 “이 세상에서 목회 말고 조금이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목사가 되지 말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다른 일’들이 목회보다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면, 그럼으로써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목사는 자기의 능력, 선호와는 상관없이 생명을 위해 마지막까지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

생명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진정으로 참된 곳은 이 땅에서 교회 외에는 없다. 교회가 세상의 수많은 기관과 구별되는 유일한 점은 그곳에서 영원까지 이어지는 생명과 관계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목사와 교회는 생명을 줄 수 있을 때에만 올바로 기능한다. 이것은 목사로 불린 직업군의 사람만이 아니라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된 모든 크리스천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2018년, 한국 사회 도처에서 생명과 생수를 갈구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 좀 주소!” “젖 좀 주소!” 수많은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교회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직감적으로 그곳에서 생명의 젖이, 생명의 물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땅의 교회가 오직 생명과 생수를 줄 수 있다면, 그곳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생명을 던져 생명을 구하는 일에 헌신한다면, 다시 사람들은 교회로 몰려 올 것이다. 한국교회 부흥의 길은 생명을 주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목사는 생명을 남긴다.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래서 목사가 남길 것은 예수님이다. 큰 교회건, 작은 교회건, 실패했건, 성공했건 상관없다. 작은 교회 목사라고 의기소침해 할 필요는 없다. 그곳에서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아난다면 그는 성공한 목회자다. 실패하고 추락한 목사들도 그 추락의 현장에서 다시 가난한 마음으로 생명을 구하러 나가야 한다.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놓쳐서는 안 될 그들의 부르심이기 때문이다. 주님을 기다리는 대강절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찬가가 한국교회와 이 땅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기록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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