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傳問/우공 신보선

독감 예방 접종과 침의 면역계 자극

天上 2020. 10. 20. 02:49

나는 초겨울만 되면 반드시 독감에 걸리는 체질을 타고 났기 때문에 60여 년 이상 살아오면서 한 번도 그 연례적인 행사를 그냥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재수 없으면 겨울이 끝날 무렵에 두 번 째의 독감에 걸리기도 한다. 한 해에 한두 번의 독감에 걸리는 것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40대 이전에는 환절기 때마다 독감에 걸려 고생을 했으니까. 나는 독감에 걸리면 2~3일 동안은 죽었다 살아나야 할 정도로 격심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나의 몸은 건강하여 독감 후유증으로 인한 합병증과 같은 부작용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몸이 건강한데 왜 독감에 걸리냐고 하겠지만 건강하기 때문에 독감에 잘 걸리는 것이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면 감기에 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들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독감에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서 침투하므로 독감의 초기 증상은 코나 목구멍으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코를 통해서 호흡기를 감염하면 호흡기의 점막이나 상피세포에 상주하고 있는 백혈구(면역세포)들이 방어하기 시작한다. 특히, 비만세포는 히스타민이라는 염증물질을 분비하여 다른 백혈구들을 자극하고, 이에 자극된 선천성 면역세포들 역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여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독감에 걸렸을 때 콧물이 분비되고 재채기가 나면서 목이 칼칼한 현상은 모두 백혈구들이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한 염증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호흡기가 불편해지고 심해지면 목이 붓고 열이 나며 온 몸의 근육에서 격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근육통은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뇌와 백혈구들의 흥분신호이며, 발열은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백혈구들이 온도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뇌와 백혈구들이 근육통증을 유발시키는 이유는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함인데 환자가 움직이지 않아야 백혈구들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해서 독감에 걸렸을 때 열이나고 몸이 아픈 것은 바이러스을 제거하기 위해 뇌와 백혈구들이 염증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감에 걸려 몸이 불편한 것은 그만큼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며칠 전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여태까지 60여 년 이상을 살아오는 동안 독감에 걸리면 무작정 끙끙 앓고는 했는데 이제는 생각을 바꿔 올해부터 예방 주사를 맞기로 한 것이다. 독감에 걸리면 폐렴, 뇌염, 중이염, 심장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폐렴과 같은 합병증에 걸리면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다. 나의 나이가 만 63세이므로 젊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독감에 걸리게 되면 합병증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독감으로 앓는 일을 최소하 시켜야 한다.

 

폐렴에 걸리면 폐렴의 원인인 세균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백혈구들이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유발시킨 염증에 버티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염증을 견뎌낼 수 있는 저항력이 있지만 노인들은 이런 저항력이 없으므로 백혈구들이 일으키는 염증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노인들은 건강을 지켜줘야 할 백혈구들에 의해 오히려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독감 예방 접종으로 인해서 독감이 예방이 되는 원리는 이렇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불안정한 유전물질 때문에 해마다 창궐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표면을 이루는 단백질의 형태가 변이를 일으킨다. 즉, 바이러스의 심한 돌연변이로 해마다 나타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많은 단백질들의 모양이 변형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체 안으로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백혈구들은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들을 인식하여 제거함과 동시에 해당 바이러스를 기억할 수 있는 백혈구들을 분화시켜 잠복시킨다. 다음 번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이를 기억하고 있는 백혈구들이 염증반응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하고 깔끔하게 처리를 한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음 번에 나타났을 때 돌연변이에 의해 모양이 변형되었으므로 과거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백혈구들이 인식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기억세포는 쓸모 없게 되고 새로이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해서 백혈구들이 염증반응을 유발시켜 제거하는 총체적인 면역응을 일으켜 우리 몸을 매우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백혈구들이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함과 동시에 다음 번에 같은 바이러스의 침투에 대비해 기억세포를 분화시켜 놓는 전략을 응용하여 현대의학이 예방 접종이라는 백신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독성이 나타나지 않게 가공처리한 바이러스를 일부러 사람의 몸에 주사하여 백혈구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예방 접종에 의해 인체 안으로 주입된 약독화된 소량의 버이러스에 의해 백혈구들이 미미할 정도의 염증반응을 유발시킴과 동시에 후천성 면역세포들은 인위적으로 주입한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백혈구들을 만들어 차후에 진짜의 바이러스 침투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독감 예방의 경우 그 해에 나타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후보군을 예상하여 이것을 근거로 백신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을 해마다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 사이에 사람들에게 접종을 하여 실제로 침투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세포들을 생성시키게 하는 것이다. 내가 과거에는 해마다 독감에 걸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예방 접종을 기피했던 이유는 젊기 때문에 백혈구들이 일으키는 염증반응에 대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잦은 예방 접종으로 인해서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예방 접종을 자주 함으로써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으나 면역계가 작동하는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내가 굳이 예방 접종을 해야겠다고 작정한 것은 어차피 나이 들면서 면역력은 점차로 떨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예방 접종을 통해서 그나마 약해져 가는 면역력을 유지하는 길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며칠 전 난생 처음으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후 우연으로 생각하기에는 희한한 현상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예방 접종을 받은 이튿날, 심하지는 않았지만 독감에 걸렸을 때처럼 두통과 근육통증, 졸림, 피로감이 엄습하여 힘든 하루를 보내야만 했었다. 물론 이런 증상을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었으며 예방 주사를 처방했던 의사도 그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내가 희한하다고 하는 부분은 과거에 내가 독감의 증상이 있을 때마다 침을 몸의 여기저기에 꽂아 30분 정도 유침 시켰었다(작년까지도 여전히 그랬었다). 침을 뽑은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른해지면서 피곤하고, 약간의 근육통증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고는 했었다. 며칠 전의 예방 접종으로 인한 후유증이 침을 맞고 난 후의 후유증과 거의 흡사한 현상을 체험하는 동안 침술은 명백하게도 백혈구, 즉 면역계와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강한 확신감을 갖게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25년 동안 침술을 연구하면서 침술의 어떤 메커니즘이 질병을 낫게 하고 통증을 없어지게 하는 지에 관해서 확실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었다. 애초에는 한의학적인 이론이나 근거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 했으나 헛수고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신경과학에 관심을 갖고 깊게 공부를 했으며 다행스럽게도 면역학에서, 그리고 신경과학으로부터 침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메커니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인체에 대한 침의 자극은 면역계를 이루는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신경조직에 침의 자극이 개입하여 신경계의 조절 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라는 게 내가 주장하는 침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메커니즘이다. 물론 이 설명은 가설이다. 그러나 확증이 안 되었기 때문에 일단은 가설이라고 하는 것이지 어느 누군가가 나의 주장을 근거로 실험을 해본다면 확실하게 검증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인체에 대한 침의 자극은 예방의학의 예방 접종과 같은 흡사한 효과를 뛰어 넘어 인간을 괴롭히는 많은 질병들에 대해서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침의 자극으로 활성화된 백혈구들이 그런 존재들이니까.

[출처] 독감 예방 접종과 침의 면역계 자극|작성자 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