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慧의 글

연탄 한 장

天上 2022. 8. 6. 20:11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2004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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