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번뿐인 인생, 당당하고 겸손하게

天上 2025. 1. 18. 07:24

손님도 떠나고, 인적 끊긴 
얼어붙은 산골짜기엔 
강추위와 검은 밤과
별빛만 남았다.
 
고요함만이 깊어지는데, 
한 형제가
상의할 것이 있다고 내게 왔다.
 
무슨 일?
법원에서
지급 명령 통지서가 왔어요. 
압류 후속 조치 통보입니다. 
오래된
휴대전화 미납 요금입니다. 
130여 만원입니다.
 
어떻게 할래요?
갚겠습니다!
갚아야지!
빚지고 떳떳하게 살 수야 없지. 
스스로 자립 기금
모은 것이 있으니, 
거기서 갚도록 하세요.”
 
나는 몇 해 전 
그의 벌금을 대납해서 
구치소에서 나오게 했다. 
 
하지만
이젠 옛 생활 완전 청산하고 
새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본인이 갚도록 했다. 
 
죄는 회개하고,
빚은 갚는 게 도리지! 
또 스스로 해결해야 떳떳하고 
당당해질 수 있으니 본인 것으로 
오늘 밤에 다 처리합시다.
 
이어서 내가 물었다. 
더 남은 것은 없나요? 
과거가 발목 잡지 못하게
다 끊어냅시다.
 
더 있습니다.
200여 만원 빌린 겁니다.
당신이
저축해 놓은 돈이 더 있으니, 
바로 처리합시다.
예!
 
세상에 와서 살면서
빚지는 것과 
죄짓고 사는 것이
제일 무거운 짐이니 
벗어야 해요.
신세 진 것이 있으면 갚아야 하고, 
 
갚으려 애를 써도
갚을 능력이 없으면 
그를 위해서
기도라도 해줘야지. 
 
그게 최소한의
인간 도리가 아니겠나? 
진심이라면
주께서 갚아 주시겠지요. 
그리하면 당당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고요히 제 길을 가겠지요!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담을 위해 모였다. 
이는 공동체의 일상이다. 
 
먼 산은 새하얀 외투를 입고, 
산 위엔
시퍼런 하늘이 정신 나게 한다. 
화목 난로는 뜨겁게 살아서 
열기를 내뿜는다. 
 
한 형제 한 형제에게 물었다. 
빚진 것 있어요? 
많이 빚진 이도 있었다. 
갚읍시다. 사업의 실패나 
도박으로 진 빚도 갚아야 합니다. 
 
신세 진 것도 있으면
갚아야지요. 
왜 남들에게 의존하며 사나요? 
두 발로 대지를 힘 있게 딛고 
떳떳하게 살아야지요. 
 
한 번뿐인 인생 사는데, 
후회 없이 당당하고 겸손하게, 
고요히 제 길을 가야지요. 
목숨 주신 분께도 감사하며! 
 
그러다 눈을 감는 날 
눈을 뜨면 천국이 되겠지요!
 
우리 산마루 공동체
건축 공사 때마다 
도와주시는 장로님 생각이 났다. 
 
그분은 외환 위기 때 
굴지의 제철 회사가 
부도로 넘어가 
덩달아 파산하고 말았다. 
 
다 정리하고 나니 
빚이 18억원이었다. 
새벽 기도 중에
주께서 말씀하셨다. 
빚을 다 갚도록 하라!
 
그는 그날 저녁
가족 기도회를 열었다. 
부도 난 소식을
비로소 가족에게 알렸다. 
 
주께서 빚을 갚으라 하시니,
갚아야 한다. 
너희 셋은 한 학기는
돈을 벌고, 

한 학기는 공부해서라도
대학을 마쳐라.
세 자녀는 그리했다. 
 
아내는 새벽 2시, 4시 
찜질방 두 곳 청소를 하며 
살림을 꾸렸다. 
 
그리고 10년 만에
모두 갚았다. 
장로님은 말씀하셨다. 
-그때에 내게 일이
끊어지지 않았어요. 
일이 없던 때니 기적이지요-
 
그 사이 아이들은 대학 마치고, 
좋은 믿음에 좋은 직장에서 
잘 살고 있더군요. 
생각도 못 했던 복을
누리고 삽니다!
 
이주연 목사
-한 번뿐인 인생,
당당하고 겸손하게-

조선일보 계재
20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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