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 골목 등 굽은 급한 언덕길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한파는 코 끝이 애는 듯하다. 여러 형제들을 만나고 끝 집에 문을 두드리고 여니 줄 맨 강아지가 뛰쳐나왔다. 지린내와 함께! 화장실도 멀리 있는 형편에 이 추운 날 어찌하겠나! 얼마를 기다리니 할머니가 나오셨다. 앞을 보지 못한다. 키는 내 가슴팍 정도에 자그마하고 바람에 날릴 듯 가냘프기만 하다. 방한 목도리와 가져온 찬을 드리며 기도하자 하니 감사하다며 내 손을 잡고 머리를 숙인다. 기도를 시작하니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복받쳐 일시 입을 뗄 수 없었다. 간신히 기도를 마치고 나니 앞 못 보시는 할머니가 내 외투에서 주머니를 찾는다. 꼬깃꼬깃 접힌 만원권 지폐를 손에 쥐고서! “목사님, 이렇게 추운데 오셔서 이렇게 추운데 오셔서…. 감사합..